[박근혜 대선출마 선언] 키워드 ‘국가’에서 ‘국민’으로 이동

입력 2012-07-11 00:34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2007년 대선에 출마하면서 내건 경선 슬로건은 ‘5년 안에 선진국’ 진입이었다. 5년이 흘러 박 전 위원장은 10일 슬로건으로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를 내놨다. 메시지의 무게중심이 국가에서 국민으로 이동한 것이다.

이는 출마 선언문 제목에서부터 확연히 드러난다. ‘국민의 삶과 함께 가겠습니다. 국민의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를 만들겠습니다’라는 타이틀은 2007년 ‘5년 안에 선진국, 다시 한번 기적을 만들겠습니다’와 대비된다. 박 전 위원장은 이날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며 “무엇보다 국정운영의 기조를 국가에서 국민으로 바꿔야 한다”고 역설했다.

박 전 위원장은 출마연설에서 ‘국민’이란 단어를 80차례 언급했다. 2007년 18차례보다 4배 이상 늘었다. ‘행복’과 ‘꿈’도 각각 26차례와 18차례 나왔다. 5년 전 6차례 등장했던 ‘선진국’은 이번엔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경선 캠프의 한 정책위원은 “내 꿈이 이뤄지는 나라에서 핵심은 ‘내’에 있다”며 “국가가 아니라 개인의 꿈이 국가 성장으로 연결되는 선순환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메시지가 국가에서 국민으로 구체화되면서 선언문 분량도 2007년보다 2배 이상 늘었다.

가족 및 과거사와 관련된 언급이 드물었던 것도 지난 출마 선언과 다른 점이다. 박 전 위원장은 2007년 출마선언에서 “밥상에서 가난한 국민들의 모습을 보면서 목이 메어 밥을 넘기지 못하시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자랐다”며 박정희 전 대통령을 구체적으로 떠올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초반 어머니(육영수 여사)를 간단하게 언급한 것을 제외하고는 가족에 대해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관심을 모았던 과거사 관련 언급도 그다지 눈에 띄지 않았다. 지난 선언에서 박 전 위원장은 “제 아버지 시대에 불행한 일로 희생과 고초를 겪으신 분들과 그 가족 분들에게 항상 송구스럽고 죄송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머리를 숙였지만 이번에는 과거사와 관련된 언급이 없었다. 다만 기자회견에서 정수장학회와 관련해 무관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