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선출마 선언] 朴주변 20~30대 섰지만… 행사장엔 50대이상 몰려
입력 2012-07-10 21:34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10일 대선 출마 선언식은 기자회견 방식이던 2007년 경선 때와 달리 젊은 층이 많이 찾는 장소를 골라 다양한 이벤트를 가미해 열렸다. 그러나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 광장을 메운 지지자 4000여명은 대부분 50대 이상 중·노년층이었다.
이날 박 전 위원장 주변 ‘반경 5.5m’ 안에는 며칠 전 홍사덕 공동선대위원장의 주문대로 젊은 층이 많이 보였다. 국민의례부터 20∼30대 자원봉사단 ‘V원정대’가 박 전 위원장 옆에서 방송 카메라에 잡혔다. 71세의 김종인 공동선대위원장 정도가 예외적으로 박 전 위원장 가까이에 섰다. 고령의 중진 의원들이 대거 포진했던 2007년 출마 선언식과 대조적이다.
타임스퀘어 광장에는 새누리당 상징색인 빨간색 모자를 쓴 지지자 4000여명이 행사 시작(오전 10시30분) 몇 시간 전부터 모여들었다. 대다수가 50대 이상인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 등을 연호했다. 박 전 위원장도 빨간색 상의에 회색 바지를 입고 나타나 이들의 지지에 화답했다. 홍·김 공동선대위원장 등 캠프 인사들도 붉은 셔츠나 붉은 넥타이를 착용했다. 최경환 총괄본부장은 “타이거 우즈가 우승할 때 주로 빨간 상의를 입었다”고 했다.
박 전 위원장은 행사 내내 ‘불통’ 이미지를 극복하려 애썼다. 참석자들에게 ‘희망엽서’를 미리 배포해 ‘박근혜에게 바라는 바’를 적도록 한 뒤 현장에서 직접 엽서 내용에 대한 답변을 했다. 또 노래 ‘그대 내게 행복을 주는 사람’(해바라기)을 지지자들과 함께 불렀다. 출마 선언문을 이날 오전까지 직접 가다듬을 정도로 선언식 준비에 심혈을 기울였다.
국회의원들은 시민들과 섞여 눈에 잘 띄지 않았다. 박 전 위원장이 행사를 간소하게 치르자고 주문해 경선 캠프에서 각 의원실에 초청장은 물론 팩스 한 장 넣지 않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유기준 서상기 이장우 의원 등 여러 명이 모습을 보였다. 행사장 주변에선 21세기한국대학생연합 학생 등이 “반값 등록금 실현하라”고 외치며 시위를 벌여 지지자들과 충돌하기도 했다.
박 전 위원장은 무더운 날씨에 손수건으로 이마의 땀을 닦아가며 출마 선언 연설을 마쳤다. 기자회견장으로 가는 엘리베이터에서 “땀을 많이 흘리셨다”는 기자의 말에 “땀 흘리는 게 다행이다. 강아지는 땀을 흘리지 못해 혀를 내밀며 헐떡이지 않느냐”면서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박 전 위원장은 출마 선언 이후 첫 공식 일정으로 충청도행을 택했다. 11일 대전 정부통합전산센터에서 행정부 쇄신에 관한 ‘정부 2.0’ 정책을 공개하고 청주 일신여고 학생들과 만나는 시간도 갖는다. 이번 대선에서 충청 표심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지 보여준다.
한편 박 전 위원장이 지역구인 대구 달성군 아파트를 지난달 중순 매각했다고 캠프 측은 밝혔다. 캠프 관계자는 “이제 지역구 의원이 아닌 비례대표여서 1가구 2주택 상황을 피하려고 판 것”이라고 말했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