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 보살피고 입양 보내고 우리는 생명존중 ‘캣맘’

입력 2012-07-10 18:35


“강아지는 대소변 훈련시키는 데 몇 달씩 걸리지만 아캥이(아기 고양이)는 하루면 되지.”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하지만 애교 떨 때 보면 여우같지. 표현력이 뛰어나잖아! ”

“개가 아들이라면, 고양이는 딸이야.”

자식 자랑하는 팔불출 엄마들 따로 없다. 장마철이라더니 폭염주의보까지 내렸던 지난 8일, 경기 일산 장항동의 한 수학 학원에 모인 ‘고양시캣맘협의회’ 회원들. 경기도 고양시에 살거나 이곳에 직장이 있는 이들로, 고양이를 기르고 있을 뿐만 아니라 길에 떠도는 고양이들까지 보살피고 있는 오지랖 넓은 아줌마들이다. 이날은 길고양이 입양 행사를 준비하기 위해서 모였다.

서주연(50·수학학원 원장) 회장은 “14·21·28일 일산 장항동 호수공원 미관광장에서 낮 12시부터 오후6시까지 거리입양행사를 연다”면서 길고양이들에 대한 나쁜 인식을 바꾸기 위해 일문일답 등을 준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일반인들이 가장 많이 오해하는 것은 길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주는 ‘캣맘’들 때문에 고양이가 늘어난다는 것.

입양담당 팀장 노경해(44·예술강사)씨는 “먹이를 주기 때문에 길고양이가 꼬이는 것이 아니라 굶주리는 고양이가 있어 먹이를 주는 것”이라면서 “영역동물인 고양이는 스스로 개체수를 조절하는 데다 우리가 TNR 사업을 펼치고 있어 그 수가 크게 늘어나는 일을 절대 없다”고 말했다.

TNR 사업이란 길고양이를 포획(Trap)해서 불임수술(Neuter)을 한 뒤 풀어주는(Return) 사업으로 길고양이가 문제가 되면서 지방자치단체가 중심이 돼 전국적으로 펼치고 있다. 회원이 400여명인 고양시캣맘협의회는 지난해 6월부터 경기도 고양시의 TNR 사업 공식 협력자로 활동 중이다. 고양시는 예산을 마련하고, 포획과 방사 등은 캣맘들이 맡아 공정하게 시행하면서 전국적으로 길고양이의 TNR 사업이 가장 잘되는 모델로 꼽히고 있다. 올 6월까지 이 단체를 거쳐 간 길고양이는 800여 마리. 350여 마리에게 TNR 시술을 해줬고, 370여 마리를 입양시키거나 주인을 찾아줬다.

아픈 길고양이 등을 임시보호하는 일을 맡고 있는 김혜림(38·주부)씨는 “남편이 집에 있을 때는 ‘임보 아이들’을 방에 가둬 둔다”면서 가족들에게 눈칫밥 먹는 캣맘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길고양이들을 돌보기 위해 소중한 시간을 할애하고, 먹이 마련을 위해 주머니를 털고 있으니 가족들이 반길 리 없다.

서 대표는 “왜 독거노인도 있고, 버려진 아이들도 있는데 길고양이냐고 묻는 이들이 적지 않다”면서 살아 숨쉬는 생명을 누군가는 거둬야 하는데 그 일을 우리가 하는 것으로, 도심생태계 유지에도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실제로 주변 아파트에서 길고양이를 잡아 없애자 쥐가 늘어나 거실에까지 들어오고 지하설비를 갉아먹어 피해가 발생한 사례가 있다고 전했다.

협의회 카페 관리자 이정숙(36·회사원)씨는 “길고양이를 돌보는 엄마를 보면서 아이들이 생명을 존중하는 마음을 갖는 등 자녀정서교육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캣맘들의 또 다른 보람을 들려 줬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