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치병에도 구두닦이로 해외 극빈아동 후원하는 김정하 목사 “루게릭병에 몸 스러져 가지만 ‘행복’”

입력 2012-07-10 18:29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6일 국민추천 포상 수상자들을 청와대로 초청, 이들을 격려하고 오찬을 나눴다. 이 자리에는 불치병인 루게릭병으로 고통 받으면서도 자신보다 어려운 이웃을 돕는 ‘구두닦이’ 김정하(53·성남 샬롬교회)목사도 함께 했다.

이 대통령은 김 목사에게 직접 대통령 표창을 전달하며 기념촬영을 함께 한 뒤 감사와 존경을 표했다. 휠체어를 탄 채 청와대에 도착한 김 목사는 “사회에는 훌륭한 분들이 훨씬 많은데 상을 받는 것이 부끄럽다”며 “앞으로 하나님의 뜻을 찾아 끊임없이 기도하며 이웃과 함께 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모든 것은 하나님의 뜻이고 은혜”라며 “상을 받은 것은 더욱 낮아져 이웃을 섬기라는 주님의 뜻을 전달받은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목사의 험난했던 삶은 한편의 드라마다. 부모가 이혼해 갓난아기 때부터 조부모의 손에 맡겨져 자랐던 그는 강원도 삼척에서 무작정 상경했다. 그의 나이 17세. 공장근로자 등 여러 직업을 전전하면서도 학문에 대한 열정은 잃지 않았다. 9년 만에 고등학교 야간부를, 8년 만에 방송통신대(중어중문학과)를 졸업했다.

교통사고와 감전, 폐결핵 등 7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예수님을 영접하게 됐고 하나님의 은혜를 체험할 수 있었다. 결국 교회 사찰집사를 거쳐 서울장신대 학사 편입까지 이르게 됐다. 그는 2006년 40대 중반에 샬롬교회를 개척했다. 아내가 간호사로 일해 생계를 맡아 주었기에 특수목회를 했다. 알코올중독자와 극빈층을 대상으로 복음을 전했다. 그들과 동화되기 위해 폐지를 줍고 동네에서 구두를 닦았다. 많은 사람을 만나 전도하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구두닦이의 수익금은 NGO 컴패션을 통해 해외 어린이 후원금으로 사용해 매달 8명분(40만원)까지 보내게 됐다.

그런 그에게 2010년 루게릭병으로 불리는 병이 찾아왔다. 병 때문에 제대로 거동을 하기 어려웠고 일상생활을 부인이 돕지 않으면 안됐다. 말도 최은희(49)사모 외에는 알아들을 수 없어 예배도 아내의 도움을 받아 진행한다.

하지만 그는 나눔의 생활을 멈추지 않았다. 최 사모와 두 자녀까지 나서서 해외 어린이 후원금을 마련했다. 대로변 상가 3층에 있는 샬롬교회 20평 남짓한 성전에 ‘누구든지 필요하면 퍼가세요”라는 안내 메모와 함께 사랑의 쌀 항아리를 갔다 놨다. 아내가 다녔던 병원과 구청 등에서 지원해 주는 것이 남아 지역 주민들과 쌀을 나누는 것이다

그의 뜻이 통한 것일까. 그에게 구두를 맡겼던 손님들이 감동을 받아 김 목사가 후원하던 아이들을 돕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지인들의 후원금 2500만원을 해외 아동들에게 보냈다. 올해 발간한 자서전 ‘지금 행복합니다’ 인세도 어려운 이웃과 미자립교회를 위해 기부하고 있다. 탤런트 차인표씨는 최근 TV에 나와 김 목사를 멘토로 칭하기도 했다. 교회 벽에는 샬롬교회가 후원하는 NGO 컴패션을 통해 후원하는 해외 어린이 8장의 사진이 나란히 붙어 있다.

“제가 힘들다고 후원을 약속한 해외 어린이들까지 실망시키면 안 되겠기에 후원만큼은 빠뜨리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의 육신은 점점 스러져 가고 있다. 그러나 그는 어디서나 “지금 행복합니다”라고 말한다. 누군가를 도울 수 있어 행복하단다. 어차피 불치병에 걸렸으니 치료하느라 돈 들이고 수고할 필요도 없이 남은 생애 맡은 소명을 다하며 살아갈 수 있다고 미소를 지었다. 그는 10일 본보와 인터뷰 내내 빈곤 어린이들을 향한 관심과 사람을 요청했다. 성남의 작은 교회에서 시작한 김 목사의 아름다운 선행이 지금 세계 곳곳에 ‘희망의 선물’로 전해지고 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