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종교편향’ 논란 희생자 정장식 前포항시장] “市재정 1% 선교비?… 어이가 없죠”

입력 2012-07-10 11:16


정장식(63) 전 포항시장은 불교계에 의해 대표적인 종교편향 인사로 몰려 피해를 본 인물이다. 수차례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총선 낙선 후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며 거절하다 어렵게 응했다. 10일 정 전 시장을 만나 38년 공직생활 끝에 종교편향의 대명사라는 오명을 덮어쓰게 된 과정을 들어봤다.

-포항시 재정 1% 선교비 사용 논란은 어떻게 된 건가.

“홀리클럽이 2002년 포항을 범죄 없는 도시, 정직한 도시, 깨끗한 도시로 만들겠다며 시민문화운동을 시작했다. 매주 목요일 새벽 주요 기관장이 모여 성경공부를 했다. 2004년 5월 포항시성시화운동본부와 포항시기독교연합회가 세계성시화대회를 개최했는데 나는 그 당시 명예 대회준비위원장이었다. 문제는 성시화대회를 준비했던 실무자가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불우이웃들을 돕기 위해 개인 수입과 교회, 시 복지예산의 1%를 모금한다’는 계획서를 만들었고 그걸 인터넷에 올리면서 발생했다. 불교계에서 이를 입수해 ‘정 시장이 시 재정의 1%를 성시화 예산으로 사용하려 한다’는 주장을 폈다. 억측에 불과했지만 눈덩이처럼 불어나더니 내가 시 재정을 선교비로 쓰겠다고 말한 것처럼 둔갑해버렸다.”

-명예 대회준비위원장이었으면 그 문건을 봤을 것 같은데.

“천만의 말씀이다. 불교든 천주교든 지역에서 대규모 종교행사를 하면 시장은 명예 대회준비위원장으로 명의를 빌려준다. 그게 관례다. 양심을 걸고 말한다. 그 문건은 나와 전혀 관계없는 것이었다.”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됐다.

“8월부터 포항시장의 종교편향이 지나치다는 기사가 쏟아지기 시작하더니 10월 포항시 불교도협의회가 항의방문을 했다. 11월 포항불교사암연합회와 종교편향대책위원회, 동국대 석림회 등이 공식사과와 홀리클럽 탈퇴를 요구했다. 단식농성까지 했다. 결국 12월 15일 포항종합운동장 광장에서 불자 2만명이 모여 범불교도대회를 개최했다. ‘시 재정이 니 돈이가, 52억이 니 떡이가, 정장식은 퇴진하라!’라는 극단적인 주장이 나왔다. 분위기가 아주 험악했다. 참석자들로 시내가 마비됐다. 인생에서 가장 힘든 날이었다.”

-해명을 하면 되는 문제 아니었나.

“물론 ‘그런 말은 한 적도 없다. 시 예산 100원을 쓰려 해도 시의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 정신 나간 공무원이 아니고선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며 수백번 해명했다. 말이 안 통했다. 불교계에선 오히려 공인이 홀리클럽 운동을 하는 것 자체가 헌법 및 공무원법 위반이며 탈퇴하라고 몰아세웠다. 나는 신앙의 자유에 속하는 문제이므로 탈퇴할 수 없다고 맞섰다. 하지만 결국 12월 홀리클럽을 해체했다.”

-지역 기독교계가 가만히 있었나.

“시 재정 1%를 사용하려 했다는 주장은 사실을 왜곡한 것이라며 반박 성명서를 냈다. 애를 썼지만 역부족이었다.”

-이후 어떻게 됐나.

“불교계에서도 사실과 다르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정장식’ 하면 ‘시 예산 1%를 선교비로 사용하려 했던 인사’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도지사와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결정적 악영향을 끼쳤다. 지난 총선에서도 참여불교재가연대와 제3시대그리스도연구소 등이 낙선운동 대상자 8명에 나를 포함시켰다. 남들처럼 적당히 넘어가면 그만인데 신앙적 신념을 굽히지 않았던 게 오히려 비싼 대가를 치른 것이다. 이제는 제발 그 구속에서 벗어나고 싶다.”

-종교자유정책연구원은 공직자 종교편향 문제를 줄기차게 제기해 왔다.

“개인이든 단체든 양심을 갖고 있어야 한다. 목전의 이익을 위해 양심을 속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공직사회가 많이 보수적인데 종자연의 활동 때문에 신앙생활이 많이 위축된 게 사실이다.”

-지금 심정은.

“선출직 시장이었던 공인으로서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면 지금이라도 백번 사죄하겠다. 하지만 나나 김신 대법관 후보자를 악의를 갖고 그토록 엉터리로 몰아간 것은 분명 잘못된 것이다. 한국 사회가 바르게 되려면 이런 폐단은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