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재 정선의 진경산수화 배경 인왕산 ‘수성동계곡’ 40년 만에 옛 모습 그대로

입력 2012-07-10 19:07


조선 중기 화가 겸재 정선이 그린 진경산수화 ‘장동팔경첩-수성동’의 배경이 됐던 인왕산 수성동계곡이 40년 만에 옛 모습을 되찾았다.

서울시는 지난해 5월 말부터 시작한 옥인동 수성동계곡 복원공사를 완료해 11일부터 시민에게 개방한다고 10일 밝혔다.

수성동계곡은 조선시대에 ‘수성동(水聲洞)’으로 불리던 곳으로 정선의 그림뿐만 아니라 추사 김정희의 시(詩) ‘수성동 우중에 폭포를 구경하다’에도 등장한다. 조선시대 역사지리서인 ‘동국여지비고’ ‘한경지략’ 등에 명승지로 소개되기도 했다. 안평대군의 집 ‘비해당’이 있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1971년 옥인동시범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인왕산이 가리고 계곡 암반이 복개도로와 콘크리트로 덮이는 등 경관이 훼손됐다.

시는 2010년 노후된 옥인아파트를 철거하며 이곳의 역사적 가치를 재평가해 서울시 기념물 제31호로 지정하고 정선의 그림을 바탕으로 복원공사를 벌였다. 1060억원이 투입된 공사는 옛 수성동계곡의 모습을 살리기 위해 소나무 등 나무 1만8477그루를 심고 암반을 최대한 노출시켜 자연미를 살리는 방향으로 진행됐다.

시는 시민들이 정선의 시선으로 수성동계곡을 즐길 수 있도록 정선이 그림을 그린 곳으로 추정되는 위치에 관람 공간도 마련했다. 특히 정선의 그림에 등장하는 계곡 아래 돌다리는 도성 내에서 유일하게 원위치에 원형 보존된 통돌로 만든 가장 긴 다리라는 점에서 역사적 가치가 매우 높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