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은행들에 300억 유로 우선 공급

입력 2012-07-10 18:48

10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로존 재무장관회의에서 유럽 각국이 스페인에 대한 구제금융 지원에 합의했다고 외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유로존은 스페인 은행들에 이달 말까지 300억 유로를 우선 지원하고, 이 금액을 포함해 향후 최대 1000억 유로 규모의 구제금융을 지원키로 했다.

2013년 말까지 국내총생산(GDP) 대비 3%까지 감축키로 하던 재정적자 감축 목표 시한도 1년 연장하기로 했다. GDP의 5.3%선이었던 올해 재정적자 감축 목표치는 6.3%선으로 완화하고 2013년에는 3%이던 것을 4.5%로 높인 뒤 2014년에 2.8%로 최종 감축키로 했다.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회의) 의장인 장 클로드 융커 룩셈부르크 총리는 “(300억 유로 지원은) 긴급한 경우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며 “핵심은 스페인 금융의 취약한 점을 개혁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스페인은 유로존이 요구한 대로 은행들의 부실자산을 따로 떼어내 관리감독하기 위한 배드뱅크를 설립키로 했다. 유로존 관계자는 “각각의 은행들이 받는 재무건전성 평가(bank-by-bank stress test)”가 조건이라고 덧붙였다. 추가로 지급될 구제금융의 정확한 액수는 9월에나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유럽 각국은 지난달 28∼29일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 정상회의에서 유럽재정안전기금(EFSF)과 유로안정화기구(ESM)를 통해 정부를 거치지 않고 직접 스페인·이탈리아 은행들에 자금을 지원키로 합의했다. 그렇게 하면 정부 부채를 늘리지 않고도 은행 자본을 확충할 수 있다. 유럽 각국은 ESM의 채무 우선 변제권도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구제금융의 전제조건으로 엄격한 긴축과 구조조정을 요구했던 그리스 사례와는 달리 경제규모가 큰 스페인에 사실상 ‘특혜’를 베푼 것이다. 은행들에 대한 세부적인 지원계획은 20일까지 결정키로 했다. 전날 7%를 돌파했던 스페인의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이 소식이 전해지며 다소 하락했다.

스페인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실업률이 18%로 급등하는 등 재정위기를 겪었다. 무디스와 S&P 등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잇따라 신용등급을 강등하면서 경제가 급속히 악화돼 지난 5월에는 자산규모 3위인 방키아 은행에서 대규모 예금인출 사태가 일어났다.

한편 외신들은 17일 만료되는 융커 의장의 임기가 6개월 연장될 것이라고 전했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