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보고’ DMZ,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될까

입력 2012-07-10 22:07


비무장지대(DMZ)와 그 일원에 대한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BR) 지정 여부가 12일 결정된다. 이날 오전(한국시간) 파리에서 열리는 유네스코 산하 ‘인간과 생물권 프로그램(MAB) 국제조정이사회’에서다.

◇생물권보전지역=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은 생물다양성 보전가치가 있는 지역과 그 주변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지원하기 위해 국제적으로 인정된 지역을 말한다.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되면 ‘세계 생물권 보전지역 네트워크 규약’에 따라 생태계 보전은 물론 지역사회의 지속가능 발전을 위해 다양한 관리를 해야 한다. 지금까지 미국의 옐로스톤, 옛 동·서독 접경지역인 독일의 뢴 등 114개국 580개소가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돼 있다.

정부가 이번에 생물권보전지역 지정을 요청한 대상지역은 남측 DMZ 전체와 민간인통제구역 대부분 및 접경지역 일부다. 경기·강원 7개 시군에 걸쳐 총 2979㎢로 여의도 면적의 357배 규모에 이른다. 그 가운데 DMZ와 습지, 산림유전자원보호림, 백두대간 등 법정보호지역 중심의 핵심지역이 861㎢에 이른다. 민통선 이북 위주의 완충지역이 693㎢, 나머지는 전이지역이다. DMZ일원이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된다면 우리나라에서는 설악산, 제주도, 신안다도해, 광릉숲에 이어 5번째다.

◇스스로의 힘으로 되살아난 땅=DMZ와 민간인통제선 이북지역에는 1953년 7월 정전 이후 사람의 출입이 제한됐다. 그 후 약 60년이 지나면서 사향노루, 산양, 삵 등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67종을 비롯해 2700여종의 생물이 사는 생태계의 보고로 탈바꿈했다.

DMZ 일원은 국제적으로 중요한 물새나 두루미류의 서식처 및 이동경로가 됨으로써 국제적으로 관심을 끌었다. 강화도 DMZ 인근 갯벌에서는 우리나라에서만 번식하는 저어새가 찾아온다. 임진강과 한강 하구의 성동·장항·신남·곡릉천하구·장단·초평도 습지 등을 찾는 개리, 흰꼬리수리와 참수리도 모두 멸종위기종이다. 서부민통선에서 농사를 짓기 위해 만들어 둔 물웅덩이인 둠벙에는 우리나라에서 사라져 가는 작은 수서곤충과 물고기가 살고 있다. 물자라, 게아재비, 물방개, 물장군, 버들붕어, 그리고 멸종위기 2급인 금개구리와 뜸부기 등이 그것이다. 임진강 상류의 두루미와 어름치, 철원 토교저수지의 두루미와 재두루미, 한탄강 상류의 호사비오리, 양구군 두타연의 열목어 등도 모두 멸종위기종이다. DMZ 동쪽 끝의 향로봉과 건봉산에서는 ‘한국의 에델바이스’ 왜솜다리, 백두산에서 주로 자라는 분홍바늘꽃, 칠성장어, 금강모치, 사향노루와 산양 등을 볼 수 있다.

◇지정만이 능사? 산사태 등 관리부재=DMZ 일원이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되더라도 군부대의 작전 및 도로포장 등 건설 활동, 농민들의 불법경작과 지방자치단체의 개발사업 등에 대해 새로운 규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지정 이전과 이후가 크게 달라질 게 별로 없다. 환경부 백규석 자연보전국장은 “군대의 작전과 훈련방식에 변화는 없을 것이지만, 지금의 민통선 이북의 농경지 확대 추세에는 지자체간 협의 등을 통해 어느 정도 제동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녹색연합은 미공개 보고서를 통해 민통선 이북 지역에서 군의 작전도로, 군부대의 산 정상 주둔 등이 산사태의 위험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60, 70년대 조성된 군 작전도로는 기습폭우에 무방비상태”라며 “80년대 이후 산사태로 인한 군인과 시설피해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서재철 녹색연합 녹색사회국장은 “군부대는 예산만 생기면 작전도로를 확장하거나, 포장하려고만 할 뿐 배수로 설치와 산지재해예방시스템은 소홀히 한다”고 지적했다. 산지에서 배수로 없는 포장도로는 홍수피해를 키우는 역할을 한다.

녹색연합과 동국대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 2005년부터 2008년까지 DMZ 일원의 산사태 발생지역은 254개소에 이른다. 산사태 원인으로는 군사작전이 52%로 가장 많고 농지개간이 19%, 원인불명이 26%였다. 서 국장은 “군 당국은 기후변화 시대에 맞춰 아열대성 기후에 더 가까운 강우패턴을 고려하고 생물권보전지역 지정에 따른 새로운 관리매뉴얼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올해안에 생물권보전지역 관리계획 및 지역협의체 구성전략을 세울 계획이다.

임항 환경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