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번엔 대선 경선을 축제의 장으로 만들자
입력 2012-07-10 18:42
실현 가능한 비전 놓고 품격 있는 경쟁을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10일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이로써 대선 예비주자들의 윤곽이 잡혔고, 오는 12월 19일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 나설 후보를 뽑는 당내 경선이 본격화 된다.
여야 예비주자들이 내놓은 공약들을 보면 모두 국민을 앞세우고 있다. 박 예비후보는 “국정운영의 패러다임을 국가에서 국민으로, 개인의 삶과 행복 중심으로 확 바꿔야 한다”며 ‘5000만 국민행복 플랜’을 제시했다. 민주통합당에서 가장 먼저 출사표를 던진 손학규 예비후보는 민생과 통합을 다음 대통령의 과제로 제시하고 ‘함께 잘사는 대한민국 공동체’를 핵심 키워드로 내놓았다.
이어 민주당 문재인 예비후보는 “보통사람이 주인이고, 네 편 내 편 가르지 않고 함께 가는 진정한 ‘우리나라’의 대통령이 되겠다”며 개발독재 모델의 유산 청산을 강조했다. 같은 당 정세균 예비후보도 ‘든든한 경제대통령’을 표방하며 분수 경제, 공동체 복지, 긍정적 정치에너지의 3대 비전을 밝혔다. 김두관 예비후보는 평등국가를 제시하며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 정치문화 개선 등을 공약했다. 각 예비후보들은 국민 앞에 내놓은 비전들이 빈말이 되지 않도록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각론들도 잘 다듬어 제시해야 할 것이다.
대선 예비주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앞으로 전개될 당내 경선이나 대선 본선을 ‘축제의 장’으로 만들어 달라는 점이다. 국민과 당원 앞에 새로운 국가 비전과 민생 및 경제 정책을 제시하고 페어플레이를 펼침으로써 국민들에게 새로운 국가 지도자를 뽑는 기쁨을 줘야 한다는 말이다. 선의의 경쟁이 되기만 한다면 박빙의 승부도 좋을 것이다. 5년 뒤 지도자를 미리 낙점하는 것도 유권자들의 즐거움일 것이기 때문이다.
대선 레이스를 축제로 만들기 위해서는 피비린내 나는 정쟁이나 이전투구를 지양하고 정책과 비전을 놓고 생산적인 경쟁을 해야 한다. 후보들이 내놓는 비전을 보고 국민들도 국가의 과거를 되돌아보고 대안을 고심하며, 새로운 미래를 꿈꾸는 기회를 갖도록 해야 한다. 각 주자들이 경쟁 과정에서 앞다퉈 국민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소수의 의견을 감싸 안으려는 소통과 포용의 리더십을 보여준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축제 같은 대권 경쟁을 만들려면 허황된 개발 공약이나 인기에 영합하는 복지 공약을 남발해 국가 재원과 경쟁력을 소진시키고 국민을 이간질하는 일은 피해야 한다. 상대 후보의 도덕성과 정책은 엄격히 검증하되, 근거 없는 비방이나 원색적인 공격을 자제하고 깨끗한 경쟁을 펼쳐야 한다. 룰을 지키지 않고 경쟁 결과에 승복하지 않는 더티 플레이는 후보 자신을 해치는 것은 물론 정치의 격을 떨어뜨리고, 정치 불신을 확산시켜 국민과 국가 전체에 해를 끼친다. 국민들이 아무에게도 표를 주고 싶지 않고, 도대체 나라를 맡길 만한 인물이 없다는 절망감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것은 예비주자들의 공동책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