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시중은행, 예대차 줄인 국책은행 본받아야
입력 2012-07-10 18:40
국책은행인 KDB산업은행과 IBK기업은행이 각각 예금금리와 대출금리를 파격적으로 조정하기로 했다. 산업은행은 9일 창구에서 가입할 수 있는 수시입출금 통장의 금리를 연 2.5%로 확정한 ‘KDB드림 어카운트’ 상품을 출시했다. 산업은행은 온라인으로만 판매하고 있는 수시입출금 통장인 ‘KDB다이렉트’ 상품(연 금리 3.5%)과 함께 KDB드림 어카운트를 고객에게 적극 권장하기로 했다. 시중은행의 보통예금 금리가 통상 0.1%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고객에게 25배가량의 혜택을 주는 셈이다.
기업은행은 내달부터 중소기업의 대출금리 상한을 연 12.0%에서 10.5%로, 연체된 대출금의 최고 금리를 연 13.0%에서 12.0%로 내리기로 했다. 시중은행의 중소기업 대출금리는 연 14∼21%이고, 연체기간에 따라 7∼20%의 가산금리가 붙는 것과 비교하면 파격적인 조건이다. 주로 중소기업의 자금 조달 창구 역할을 하는 기업은행이 대출금리를 인하함으로써 어려움에 봉착한 중소기업의 활로에 적잖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두 국책은행의 예대금리 조정이 고객과 중소기업에게는 가뭄 끝에 내리는 단비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산업은행의 KDB드림 어카운트는 온라인을 이용한 금융거래에 익숙하지 않은 장·노년층 고객에게는 상당히 매력적인 상품이다. 예금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저축은행 등에 돈을 맡길 수도 있지만 원리금을 떼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고객들은 보다 좋은 조건의 금리를 받으면서 보통예금에 가입할 금융기관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두 국책은행의 금리 조정에 대해 시중은행들은 볼멘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국책은행들이 시장을 교란시키고 있다고 반발하는 식이다. 그러나 기존 관행을 깨고 고객들을 위해 한 발 다가서겠다는 국책은행들을 무턱대고 비판만 해서는 안 된다. 시중은행들이 그동안 예금금리는 가급적 낮추고, 대출금리는 올리는 식으로 ‘땅 짚고 헤엄치는 영업’을 해온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2004년 2월 은행 금리 전면 자유화 조치가 시행된 이후에도 시중은행은 생활비통장으로 이용되는 보통예금의 금리를 대부분 연 0.1%로 동결해왔다. 쥐꼬리만한 잔액이나 예치 기간에 따라 금리를 차등해 적용했을 뿐 고객이 언제든지 인출할 수 있다는 이유로 보통예금 금리를 인상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예대금리차를 크게 함으로써 이자놀음은 물론 고액 배당금과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시중은행은 영국 독일 호주 등 내로라하는 은행들이 기준금리와 별로 차이가 나지 않는 보통예금 금리를 운용하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아울러 예대금리차에 따른 영업에 안주하지 말고, 선진 금융기법을 서둘러 도입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