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 날아들고 넥타이 잡히고… 봉변 당한 ‘형님’
입력 2012-07-10 19:06
이상득(77) 전 새누리당 의원이 10일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러 법정에 출두하다 저축은행 피해자들이 던진 계란 파편에 맞고 넥타이를 잡히는 봉변을 당했다. 검찰은 이 전 의원이 수수한 불법자금 사용처를 추적하는 한편 다른 정·관계 인사들의 금품수수 의혹 수사에도 주력할 방침이다.
◇곤욕 치른 ‘상왕’=이 전 의원은 오전 10시28분 변호인과 함께 서울중앙지법 서관 입구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저축은행 피해자 20여명이 그를 에워싸고 고함을 질렀다. 순간 김옥주(51·여) 전국저축은행비상대책위원장이 달려들더니 이 전 의원의 하늘색 넥타이를 잡아채 흔들며 “내 돈 내놔라” 하고 소리쳤다. 일부 피해자들이 던진 날계란이 깨지면서 이 전 의원 바지에 튀기도 했다. 피해자들은 “피땀 흘려 모은 돈 훔쳐간 도둑놈 구속하라”고 외쳤고 일부는 오열하기도 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김 위원장 등 2명을 폭행 혐의로 소환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전 의원은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에 입을 굳게 다문 채 방호원들의 경호를 받으며 힘겹게 법정 엘리베이터를 탔다. 이 전 의원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변호인에게 “어떻게 저런 사람들을 통제하지 못했냐”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영장실질심사에서 이 전 의원은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 등에게 돈을 수수했다는 혐의를 대부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 전 의원이 총 7억원 이상의 금품을 받았으며, 일부는 대가성이 분명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심리는 2시간이 채 안된 낮 12시27분 끝났다. 이 전 의원은 판사들이 출입하는 법정 뒷문으로 빠져나와 대검찰청 조사실로 이동했다.
◇검찰, 다음 수순은=지금까지 수사가 이 전 의원에게 전달된 돈의 출처에 관한 것이었다면 다음 수순은 용처에 대한 추적이다. 검찰은 선거 지원 명목으로 돈을 줬다는 임 회장의 진술, 금품수수 시기가 2007년 대선 직전이라는 점 등을 볼 때 이 돈이 대선 캠프 운영자금으로 쓰였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대선자금 수사 논란이 확산되기 전에 속전속결로 돈의 용처를 밝혀내 수사를 종결짓는다는 계획이다.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된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은 11일 국회 본회의에서 체포동의안이 통과되면 13일쯤 영장실질심사를 받게 될 전망이다. 정 의원은 이 전 의원이 임 회장 돈 3억원을 받는 과정에 적극 가담하고, 별도로 1억여원을 받은 혐의가 있다. 정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저를 이 전 의원 사건에 끼워 넣으려는 불순한 의도가 개입된 짜맞추기식 표적 수사”라며 “저의 부인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임 회장과 이 전 의원 등의 진술에 근거해 구속영장이 청구된 것은 결코 납득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아울러 검찰은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의 조사 시기 및 방법을 놓고 고심 중이다. 이미 임 회장에게서 “박 원내대표에게 수천만원을 건넸다”는 진술을 받았지만 이를 뒷받침할 정황 증거나 물증을 확보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지호일 전웅빈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