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동반성장 사각지대] 대형 건설사 일방적 가격 결정 시스템 먼저 고쳐야

입력 2012-07-10 18:48


<하> 종속관계 아닌 수평적 협력관계로 전환해야

건설업계의 불공정 하도급 거래 관행을 근절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특히 이번 대선에서 경제 민주화가 폭발력 있는 이슈로 부상하자 이번에는 불공정 하도급 거래를 뿌리 뽑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조금씩 번지고 있다.

◇불공정 하도급 거래 근절, 발 벗고 나선 정치권=민주통합당은 이미 불공정 하도급 질서 개선을 위한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을 포함한 9개의 경제민주화 법안을 발의했다. 출자총액제한제도 재도입 등 재벌의 경제력 집중 현상을 규제하는 내용의 법안에 대해선 여야 간 입장 차가 크다.

그러나 하도급거래 공정화와 관련해서는 이견이 거의 없는 상태다. 불공정 거래 관행을 근절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곧 마련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이 제기되는 이유다.

국회의원들도 불공정 하도급 거래를 뿌리 뽑기 위해 팔을 걷고 나섰다. 건설업이 서민경제에 미치는 파장을 고려할 때 불공정 거래 관행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절박감이 깔려 있다.

새누리당 이현재 의원은 고질적인 불공정 하도급 구조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납품단가 인하 행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 의원은 10일 “불합리한 하도급 구조 때문에 중소 건설사의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면서 “이번 개정안의 목적은 대형 건설사와 중소 건설사 간 공정거래 환경을 조성하고 이를 통해 중소 건설사가 자생력을 키우는 데 있다”고 말했다.

◇수평·협력 관계가 ‘상생의 길’=근절해야 할 불공정 하도급 거래 관행은 한둘이 아니다. 새롭고 선진화된 거래 관행을 정착시키기 위해선 멀고도 험한 길이 예상된다.

우선, 대형 건설사의 일방적인 가격결정 시스템에 대한 개선 목소리가 가장 크다. 이윤은 꿈꿀 수 없고 출혈만 강요하는 초저가 공사를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부당한 초저가 공사를 근절하기 위해선 정당한 사유 없이 재입찰을 금지하는 등의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공사비를 떼먹거나 뒤늦게 주는 행위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만약 A건설사가 B건설사에 공사비를 주지 않을 경우, B건설사 역시 자재나 장비업체 등에 대금을 지급하지 못해 연쇄 피해가 발생한다.

이에 따라 하도급 대금 지급보증제도를 확대해 하도급 업체가 공사대금 수령에 대한 걱정 없이 시공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부와 공사 발주기관은 하도급 대금이 여러 단계의 하청업체들에 제대로 지불되고 있는지 관리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하도급 업체에 불리한 내용을 담은 이면계약서나 특수조건 계약서도 사라져야 할 병폐로 지적된다.

솜방망이 처벌 때문에 불공정 하도급 거래가 근절되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법 위반 행위에 대해서는 엄격한 처벌과 실효성 있는 손해배상 체제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원청업체와 하청업체가 수직·종속적 관계가 아닌 수평·협력적 관계라는 인식의 전환이다.

가톨릭대 정경학부 김명수 교수는 “공정하고 투명한 하도급 거래 관행 정착을 위해 대형 건설사들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하도급 건설사에 각종 부담을 전가하는 일이 우선적으로 사라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