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비니 뉴욕대 교수 “세계 경제 퍼펙트스톰 시작됐다”
입력 2012-07-10 18:48
“세계 경제에 퍼펙트스톰이 시작됐다”고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가 9일(현지시간) 밝혔다. 퍼펙트스톰은 여러 개의 비바람이 합쳐진 거대한 폭풍이다.
◇“2008년보다 심각”=세계 경제의 파국을 예측해 와 ‘닥터 둠’으로 불리는 루비니 교수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Nouriel)에 “지난달 내가 예측했던 2013년 퍼펙트스톰 시나리오가 전개되고 있다”며 “유로존 위기 확산, 미국과 신흥국의 경제 성장 정체, 중국 경제의 경착륙, 중동 시한폭탄이 그것”이라고 적었다. 그는 지난달 15일 발표한 ‘글로벌 퍼펙트스톰’이란 칼럼에서 “유럽·중국·신흥국의 경제가 갈수록 나빠지는 상황에서 이란의 핵개발 협상이 실패로 끝난다면 석유 가격 급등으로 전 세계적인 불황이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트위터에서 “2008년의 경제 위기와 내년의 퍼펙트스톰이 다른 점은, 당시엔 위기를 잠재우기 위해 쓸 수 있는 총알이 있었지만 지금은 더 이상 모자를 벗겨낼 토끼가 없다는 점”이라며 “4년 전의 위기를 능가하는 어려움이 내년에 닥쳐온다”고 경고했다.
◇美·中 경제지표 암울=실제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이날 가계대출 잔액이 지난 5월 현재 2조5728억 달러로 1개월 새 171억 달러가 늘었다고 밝혔다. 증가액은 예상치 85억 달러의 2배였다. 신용카드 대금을 제때 갚지 못한 ‘리볼빙 신용’ 증가액만 80억 달러로, 금융위기 발생 직전인 2007년 11월 이후 가장 많이 늘어났다. 지난달 미국의 신규고용은 최근 10개월 만에 최저치였고, 소비자신뢰지수는 4개월 연속 하락했다.
연준은 추가적인 경기 부양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 에릭 로젠그렌 보스턴 연방은행 총재는 이날 태국에서 열린 포럼에서 “올해 물가상승률도 1.2%로 낮을 것으로 예상돼 추가 양적 완화 조치도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기 금리를 낮추는 오퍼레이션트위스트 연장에 이어 달러화를 시중에 공급하는 3차 양적완화 조치(QE3)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연준은 오는 31일부터 이틀간 통화정책결정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부양책 실시 여부를 결정한다.
중국도 경착륙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전달보다 0.6%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1년 전보다는 2.2% 상승했지만 7%를 웃도는 경제 성장 속도를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중국 경제분석회사인 IHS글로벌인사이트의 런샤팡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보다 디플레이션을 더 걱정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수치”라며 “디플레가 본격화되면 기업과 소비자에게는 충격이 훨씬 커 정부의 경기 부양이 더욱 어려워진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에 밝혔다.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8일 “중국 경제의 하방 압력이 여전히 심각하다”면서 “정책 미세 조정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