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人터뷰-이석우 카카오 공동대표] 망 회선비용 내는데… 무임승차라는 말 납득 안돼

입력 2012-07-10 13:19


만난사람=이명희 논설위원

이 남자, 안 그래도 푹푹 쪘던 6월을 더 뜨겁게 달궜다. ‘골리앗’ 이동통신사들을 상대로 싸움을 걸었다. 무기는 ‘보이스톡’이라고 이름 붙인 모바일 인터넷전화 서비스(mVoIP). 공짜로 내놓자 인기가 폭발했다. SK텔레콤과 KT 등 이통사들은 “우리는 다 망하란 소리냐” “우리가 깔아놓은 망에 무임승차하지 마라”며 난리를 쳤다.

이 남자, 한술 더 떴다. “통신사들이 고의적으로 보이스톡의 통화품질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두 번째 돌팔매질을 했다. 이통사들은 발뺌했지만 이 주장에 공감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카카오톡’이란 공짜 문자메시지를 들고 나와 문자메시지 매출을 갉아먹더니 이젠 휴대전화 음성통화 수익까지 빼앗아가려 한다. 이통사들에겐 ‘눈엣가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카카오스토리는 출시 3개월여 만에 가입자 2100만명을 넘어서면서 사용시간과 10대 이용률에서 페이스북을 따라잡았다.

설립 2년4개월 만에 5000만명 대한민국 인구 중 3500만명의 가입자를 끌어 모으며 통신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카카오의 이석우(46) 공동대표를 지난 9일 서울 역삼동 카카오 사무실에서 만났다.

-통신사들이 수조원 들여 망을 깔아놨는데 그 망을 투자 없이 공짜로 이용하는 건 무임승차 아닌가.

“이런 서비스들을 하라고 망을 깔아놓은 것이다. 문제는 망을 이용하는 서비스가 이통사 수익구조랑 상충된다는 거다. 우리는 망 회선비용을 내고, 이용자들은 통신요금을 낸다. 무임승차라는 것은 납득이 안 된다. 예를 들어보자. 중국집을 차렸는데 장사가 너무 잘 된다. 이통사들의 논리는 전화로 짜장면 주문하는데 짜장면 한 그릇을 5000원씩 팔 때마다 통신비를 내라는 거나 마찬가지다. 다만 망을 계속 유지하고 업그레이드해야 하는데 수익이 줄어서 못한다면 그 논의는 별개로 해야 한다. 이용자 요금이 적정한지, 망 회선비용이 적정한지 등을 따져볼 수 있다는 거다.”

-이통사들은 카카오가 보이스톡 서비스를 하면 자기네 음성통화 매출수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고, 매출 감소분을 상쇄하기 위해 요금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해법은 뭐라고 보나.

“망 중립성은 이통사들의 수익사업과 충돌한다고 해서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다. 자기가 하는 사업영역에 들어왔다고 차별해서는 안 된다. 내 수익이 줄어드니까 돈을 더 받아야겠다는 것은 더 논의할 문제다. 모바일 회사들은 대부분 열악하기 때문에 자칫 과금하다 보면 모바일 산업계 전체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LG유플러스처럼 무료 모바일 인터넷전화를 허용하되 데이터를 더 쓰려면 요금을 더 내도록 하는 종량제로 가는 게 맞다고 본다.”

-카카오는 문자메시지도 음성통화도 다 무료다. 돈은 어디서 버나.

“지난해 10월 ‘플러스친구’라는 광고를 베타(시범)서비스한 데 이어 12월부터 본격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용자들이 관심 있는 기업이나 스타, 콘텐츠 등을 친구로 추가하면 버거킹 할인쿠폰이나 정보 등을 얻을 수 있다. (취재에 동행한 사진기자는 지난 주말 부인과 쇼핑 갔다가 카카오톡에서 ‘유니클로’ 즉석 할인쿠폰을 다운받아 5000원 싸게 구입했다고 자랑했다.) 이런 수익모델은 전 세계적으로도 처음이다. 지난해 카카오 매출이 18억원이었는데 올해는 이 서비스 덕분에 6개월 만에 지난해 매출을 넘어섰다. 스타벅스 커피부터 스와로프스키 목걸이 등을 파는 ‘선물하기’와 웹툰 작가들이 참여한 이모티콘도 수익원들이다. 웹툰 작가들은 포털에 거의 무료로 납품하면서 돈벌이를 못했지만 우리는 5대 5로 수익을 나누기 때문에 작가들이 한 달 만에 몇천만원씩 번다. 웹툰 작가수도 처음 6명에서 40∼50명으로 늘었다. 이용자들은 다양한 이모티콘을 사용해 채팅하는 재미가 있다. 콘텐츠 생산자부터 유통사, 최종 소비자까지 시너지를 내는 모델이다.”

-얼마 전 싸이월드의 ‘도토리’ 같은 사이버머니 ‘초코’를 내놨다. 조만간 게임센터를 오픈한다는데 설명해 달라.

“초코는 카카오톡에서 사용할 수 있는 사이버머니다. 지금은 웹툰 이모티콘 정도밖에 없지만 앞으로 상품 라인업을 늘릴 계획이다. 조만간 게임도 8개 정도 내놓을 계획이다.”

-지난해 일본법인과 미국지사를 설립한 데 이어 올 연말 중국에 진출한다는 기사가 나왔다. 해외에서도 카카오톡 서비스가 승산이 있다고 보는가.

“미국 지사 설립을 검토했으나 성공 가능성이 적다고 판단해 설립하지 않았다. 일본에서는 NHN재팬의 모바일 메신저서비스 ‘라인’이 워낙 잘 되는 데다 ‘문자가 공짜’라는 것만으론 안 먹혀서 고전하고 있다. 200엔(약 2800원) 정도만 내면 단말기마다 고유의 폰메일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쟁사를 따라 올해 2월 해외에서 모바일 인터넷전화를 시작한 데 이어 국내에서도 시작했는데 카카오톡의 네트워크가 강하다보니 보이스톡 가입자도 많은 것 같다. 중국 진출 계획은 당분간 없다.”

-많은 IT업체들이 성공했다 하면 주식시장에 상장 수순을 밟는다. 최근 페이스북도 미국 증시에 상장되면서 공모가 거품 논란이 일었다. 카카오도 상장 계획이 있는가.

“기업들이 운영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증시에 상장하는데 당장 계획은 없다. 운 좋게도 지난해 206억원, 올해 4월 92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카카오가 지향하는 미래 모습은 뭔가.

“작년 10월 플랫폼으로 가보자고 선언했다. 인스턴트 메시징 서비스를 바탕으로 이용자들이 필요로 하는 것들을 연결시켜주는 플랫폼이 돼 보자는 생각이다. 사람이나 정보 연결일 수도 있고, 플러스친구처럼 스타나 브랜드일 수도 있다. 콘텐츠를 유통시킬 수 있는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피드백을 받아 이용자들의 니즈(요구)도 적극 수용할 것이다.”

-경력이 이채롭다. 신문사에 입사했다가 유학길에 올라 법학박사 학위를 받고 미국 로펌에서 세법 전문변호사로 일했다. 20년간 신문기자, 변호사, IT업체 경영진 3가지를 했는데 어떤 직업이 좋은가. 또 해보고 싶은 일이 남았나.

“아버지가 신문기자를 하셨다. 대학 졸업 후 별 생각 없이 신문사에 들어갔고 역사를 공부하기 위해 미국 유학을 갔다. NHN에 법무담당 이사로 있다가 김범수 의장의 제안을 받고 카카오로 옮겼다. 다 재미있었다. 호기심이 많고 오랫동안 한 가지 일을 못하다 보니 직업을 세 번 바꿨다. 앞으로 기회가 주어진다면 와인숍을 운영하거나 와인평론가가 되고 싶다.”

이석우 대표의 카카오톡에 뜨는 한마디는 ‘Success is a journey, not a destination(성공은 목적이 아니라 과정이다)’이다. 카카오톡 220명 직원들 평균 나이가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이다 보니 이 회사에서 60년생인 CFO(최고재무책임자) 다음으로 나이가 많다. 하지만 그가 도전하고 꿈꾸는 모바일 세상에선 나이는 아무 상관없는 듯했다.

mh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