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키우다 재취업했더니… 월급 22% 싹둑

입력 2012-07-09 19:15

두 아이의 엄마인 주부 김모(35)씨는 결혼 전 한 제조회사의 회계업무를 담당했다. 김씨는 출산 후 같은 직종으로 재취업을 원했지만 사무직 취업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눈높이를 낮춰 시간이 비교적 자유로운 판매업 등으로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는 김씨는 “전에는 한 달에 200만원은 벌었는데 새로운 직장이나 직업을 알아보니 그때 월급은 꿈도 못 꾼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출산과 육아 문제 등으로 경제활동을 중단했던 여성들이 재취업을 할 때는 턱없이 낮은 임금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지난해 조사해 9일 공개한 ‘경력단절의 임금손실 추정’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이 재취업 시 평균 21.9%의 임금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술적으로 계산해 과거 월급이 200만원이었다면 재취업 시 받는 임금은 평균 156만2000원

이라는 것이다.

5년 이상 경제활동을 멈췄다가 재취업하면 임금이 38.8% 줄어서 200만원을 기준으로 77만6000원이나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력 단절 여성이 재취업 시 연령대별 임금 차이를 보면 30대에선 3.4% 정도만 낮아지지만 40대에는 20.5%, 50대가 되면 78.9%나 임금이 줄어들었다.

또 과거 제조업이나 도·소매업, 교육업종에서 일했던 여성은 동일 업종 재취업률이 비교적 높았지만 금융·보험업 등 사무직은 동일 업종 재진입이 어려웠다. 재취업 시 여성들은 주로 서비스·판매 업종으로 유입됐다.

전문가들은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지난 30년간 15% 포인트 증가했지만 임금이나 처우에서 여전히 열악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여성가족부와 고용노동부는 전국에 ‘여성 새로 일하기 센터’ 100곳을 운영 중이지만 2011년 기준 일자리 연계는 11만명에 그쳤다. 같은 기간 경력단절여성이 190만명으로 추산되는 점에 비춰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김종숙 연구원은 “여성들이 어쩔 수 없이 경제활동을 멈추더라도 최대한 빨리 일자리로 돌아가 경력을 이어가야 손실이 적다”며 “여성취업률도 중요하지만 처우 개선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9∼11일 경력단절 여성을 위한 일자리박람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지하철 2·7호선 건대입구 역사에 마련된 박람회에서는 이색 직업 100여개가 글과 사진으로 소개된다. 전문적인 정리 수납 기술을 가르쳐주는 ‘수납 컨설턴트’, 개개인에게 맞춤 채소를 골라주는 ‘채소 소믈리에’ 등 7개 직종은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다. 또 10일 오후 3시부터는 서울 자양동 여성능력개발원에서 여성 최고경영자 특강, 취업 사례발표, 현장채용 등이 진행된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