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가해자 버젓 등교… 피해 학생은 공포에 ‘덜덜’
입력 2012-07-09 20:42
서울 개포동의 한 초등학교가 집단폭행 가해 학생들에 대해 심리치료 수준으로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자 피해 학생 학부모와 지역 여론이 강하게 반발하며 가해 학생들의 전학을 요구하고 나섰다.
9일 개포동 A초등학교와 이 학교 학부모들에 따르면 6학년생 B군(12)은 지난달 19일 수업을 마친 교사가 나간 사이 교실에서 다섯 명의 급우들에게 둘러싸여 집단폭행을 당했다. 급우에게 팔을 붙잡혀 저항도 못하고 달아나지도 못한 채 맞은 B군은 팔이 부러지는 중상을 입어 전치 7주 이상의 상해 진단을 받았다.
학교는 곧바로 교감과 교사, 학부모, 경찰, 의사 등 폭력대책위원회 위원들을 소집했다. 그러나 B군의 부모는 위원회의 조사 방식과 가해 학생들에 대한 징계 수위에 반발하며 서울시 아동청소년담당관실 학교폭력지역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할 방침이다.
B군의 부모는 “피해자와 가해자의 진술시간이 개인별로 동등하게 주어졌다. 한 명이 다섯 명에게 맞았으니 진술시간은 피해자에게 한 시간, 가해자에게 다섯 시간이 주어진 셈”이라며 “아들이 학교폭력에 희생된 사실도, 우리가 억울함을 직접 해소해야 한다는 사실도 모두 고통스럽다”고 토로했다.
B군의 부모는 가해 학생들의 전학을 요구했으나 위원회는 폭행 가담 정도에 따라 두 명에게 30시간 심리치료, 한 명에게 10시간 심리치료, 다른 한 명에게 서면 각서 징계를 내렸다. 또 한 명의 경우 조사를 통해 무혐의 처리됐다.
최종 확정될 징계 결과는 앞으로 5년간 가해 학생들의 생활기록부에 기록된다. 그러나 B군은 당장 가해 학생들과의 학교생활에 대한 공포감을 호소하며 등교를 거부하고 있다.
B군의 어머니는 “맞은 아들이 집에서 떨고 있는데 때린 아이들은 지금 멀쩡하게 학교를 다닌다”며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가 등교할 수 없는 이 상황이 과연 상식적인가”라고 격노했다.
B군의 소식이 전해지면서 지역 여론은 들끓었다. 학부모와 지역주민 등 100여명은 가해 학생들의 전학을 요구하는 서명에 동참했다. 9일에는 임원 학생 및 6학년생 학부모들이 학교로 찾아가 교장에게 항의하고 재발방지책을 촉구했다. 이들은 “피해자를 보호하지 못하는 가해자 징계는 실효성이 없다”며 반발했다.
넥스트로법률사무소 박진식 변호사는 “학교폭력에서 처벌보다 개선을 중요하게 여기는 회복적 사법을 옹호하는 입장도 있지만 최근에는 가해자를 강력히 징계해야 한다는 주장이 현직 교육자와 법조인들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