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아서 장보는 맞벌이 부부 “냉장고 더 컸으면…”

입력 2012-07-09 21:50


맞벌이 부부인 이진영(39·여)씨는 주말마다 남편과 함께 대형마트를 찾는다. 회사 업무로 평일엔 시장을 볼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주말이면 대형마트에서 일주일치 식재료와 생필품을 한꺼번에 구매한다.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오면 이때부터 이씨의 전쟁은 시작된다. 일주일치 식재료를 보관하기엔 730ℓ짜리 양문형 냉장고가 턱없이 작기 때문이다.

이씨는 “장을 한번 보고 나면 냉장고와 한바탕 전쟁을 치러야 한다”면서 “있던 물건들을 끄집어내고 새로 산 물건들을 겨우 넣고 나면 피로가 몰려온다”고 말했다.

가전업계의 냉장고 대용량 경쟁이 뜨겁다.

LG전자는 이르면 다음 달 910ℓ짜리 신형 냉장고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9일 밝혔다. 앞서 삼성전자는 세계 최대 용량이라며 900ℓ짜리 냉장고 지펠 T9000을 내놨다. 대우일렉도 지난 5월 출시한 800ℓ짜리 ‘클라쎄 큐브’가 경기 침체에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저장 공간은 늘어났지만 외관에는 전혀 변화가 없다는 게 특징이다. 외벽을 얇게 만들면서 냉장·냉동 기능을 유지하도록 컴프레서 등 부품 성능을 개선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스페이스 맥스’ 설계를 통해 공간 활용성을 극대화했고 컴프레서는 기존의 2개에서 3개로 늘렸다. 클라쎄 큐브도 외관 사이즈가 기존의 냉장고와 동일하지만 하단부에 김치냉장고가 내장된 ‘스페셜 큐브’ 공간을 적용했다.

냉장고가 대형화되면서 냉장고의 형태도 양문형 냉장고에서 3도어, 4도어로 달라지고 있다. 수납공간의 활용 패턴에 변화가 생겼기 때문이다.

이처럼 냉장고 대용량 경쟁이 가속화되는 이유는 생활패턴이 달라진 데 따른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과 달리 맞벌이 가정이 늘어나면서 일주일치 식재료를 한꺼번에 구입해 냉장고에 보관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면서 “대용량으로 바뀌면서 수납공간에 변화를 주기 위해 기존의 양문형에서 3·4도어로 바뀌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