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나연 US오픈 제패… 꿈 심고 꿈 이루고, 태극자매 그린 대 축제
입력 2012-07-09 18:56
‘박세리 키즈’ 최나연(25·SK텔레콤)이 14년 전 박세리가 섰던 우승무대에 우뚝 섰다. 1998년 박세리(35·KDB금융그룹)의 US여자오픈 우승을 TV로 지켜보며 프로골퍼의 꿈을 키웠던 최나연은 9일(한국시간) 박세리의 우승코스였던 미국 위스콘신주 콜러의 블랙울프런 골프장에서 끝난 제67회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뒤 박세리에게 감사의 인사를 잊지 않았다.
공동 9위로 먼저 경기를 끝낸 박세리는 샴페인 한 병을 들고 우승 퍼트를 끝내고 나오는 최나연을 맞았다. 최나연은 “세리 언니가 18번홀에서 기다리고 있을 줄 몰랐다”면서 “언니가 나에게 장하다고 말해준 것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최나연은 이어 “14년 전 세리 언니를 보고 꿈을 키웠는데 언니와 같이 이곳에 있다는 것 자체가 감동적이고 영광스럽다”고 덧붙였다. 최종합계 7언더파 281타를 기록한 최나연은 챔피언조에서 동반플레이를 펼친 양희영(23·KB금융그룹)을 4타 차로 따돌리고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통산 6승과 생애 첫 메이저대회 우승 트로피, 그리고 상금 58만5000달러(약 6억6500만원)를 품에 안았다.
지난해 유소연(21·한화)에 이어 최나연이 2년 연속 우승하면서 역대 US여자오픈에서 한국인 챔피언은 박세리(1998년), 김주연(2005년), 박인비(2008년), 지은희(2009년)를 포함, 모두 6명으로 늘었다. 한국 선수들이 유독 US여자오픈에서 강한 면모를 보이는 것은 정확도를 요구하는 코스 특성과 잘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2위 양희영에 6타차로 앞서 출발, 손쉬운 우승이 예상됐던 최나연은 10번홀(파5)에서 큰 위기를 맞았다. 티샷이 숲속 해저드로 들어가 1벌타를 받고 다시 티샷을 날렸고 러프를 전전하다 6타 만에 볼을 그린 위에 올린 뒤 2m 더블보기 퍼트를 놓치는 바람에 3타를 잃은 것. 1타를 줄인 양희영과의 격차가 순식간에 2타로 좁혀졌지만 이미 LPGA 투어에서 5승을 올린 최나연은 곧바로 평정심을 되찾았다.
“10번홀 트리플보기 후 제 자신에게 화가 났고, ‘이러다 망치는 것이 아니냐’라는 생각도 잠시 들었다”는 최나연은 “하지만 여유를 가지려고 캐디랑 비행기스케줄 등 다른 이야기를 하면서 물 한잔도 마시고 과자를 먹으며 마음을 추스렸다”고 말했다. 최나연은 지난 주 대회부터 마크 오메라의 백을 맸던 셰인 조엘로 캐디를 바꿨다.
11번홀 버디에 이어 14·15번홀에서 연속 버디를 낚은 최나연은 양희영과의 타수를 다시 5타차로 벌였고 18번홀 보기로 4타차의 우승을 안았다.
한국여자골프의 에이스로 거듭난 최나연은 이번 대회 우승으로 9일 발표된 세계랭킹에서 지난주(5위)보다 3계단 오른 2위로 껑충 올라섰다. 1위는 청야니(대만).
최나연은 10일 오후 입국, 국내에서 휴식을 취한 뒤 20일 열리는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사만사 사바사 레이디스 토너먼트에 출전한다.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