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비리로 선긋던 檢, “단서 있다면 수사” 입장 선회
입력 2012-07-09 22:06
대선자금 수사에 대한 검찰의 미묘한 입장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검찰이 새누리당 이상득 전 의원과 정두언 의원의 저축은행 돈 수수 혐의를 ‘개인비리’로 보던 기존 입장을 바꿔 대선자금 수사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통합당 박지원 원내대표를 겨냥한 수사도 다각도로 진행되고 있다.
◇검찰, 대선자금 수사하나=이 전 의원과 정 의원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한 검찰은 수사의 초점을 두 정치인의 ‘개인비리’에 맞춰 왔다. 그러나 구속영장에 두 사람이 임석(50)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공범’으로 적시된 사실이 알려지자 대선자금 수사를 촉구하는 여론이 급속히 확산됐다. 선을 긋던 검찰도 대선자금 수사 가능성을 열어두기 시작했다. 검찰 관계자는 9일 “대선자금이란 근거가 있고 단서가 있다면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진전된 변화를 보인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 대선자금 수사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현실적으로 이 전 의원과 정 의원이 입을 열지 않으면 대선자금으로 수사를 확대하기 어려운 구조다. 따라서 검찰이 대선자금 수사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야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의 압박과 비판 여론을 피하기 위한 전략적 포석일 가능성이 높다. 현재로선 저축은행 로비자금이 대선자금으로 유입됐다는 단서가 나오더라도 대선자금 전반으로 수사가 확대되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공소시효가 얼마 남지 않았고, 18대 대선을 불과 5개월여 앞두고 있어 정치적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검찰, 박지원 전방위 압박=박 원내대표에 대한 수사는 저축은행비리합동수사단(단장 최운식)과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검사 심재돈)가 동시에 진행 중이다. 합수단이 “(박 원내대표를) 수사 중인 게 맞다”고 인정한 반면, 특수3부는 “오문철 전 보해저축은행 대표 개인비리 수사”라는 게 공식 입장이다. 합수단은 임석 회장으로부터 박 원내대표에게 수천만원을 건넸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그러나 정황증거나 물증 확보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와중에 특수3부에서 맡고 있는 오 전 대표 횡령 수사에서 박 원내대표 이름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오 전 대표가 대구의 한 카지노에서 세탁한 자금 중 일부가 박 원내대표에게 흘러들어간 단서가 나왔다는 것이다. 여기에 보해저축은행 대주주인 임건우 보해양조 전 대표가 박 원내대표에게 수천만원을 건넸다는 의혹까지 나왔다.
주목할 점은 합수단과 특수3부 모두 대검 중수부의 지휘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결국 검찰이 박 원내대표 주변을 저인망식으로 훑으면서도 거물임을 감안해 최대한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현재 수사 속도를 보면 이번 주 박 원내대표 소환은 힘들어 보인다. 민주당은 “검찰이 박 원내대표에 대해 근거 없이 언론을 통한 흠집 내기, 물타기를 계속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한편 합수단은 김찬경 미래저축은행회장으로부터 “김세욱 청와대 선임행정관에게 퇴출 저지 명목으로 1㎏짜리 금괴 2개를 건넸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호일 전웅빈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