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르시, 해산 의회 재소집 명령… 이집트 군부와 협의없이 전격 결정
입력 2012-07-10 01:33
이집트의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대통령령을 발령, 해산된 하원의회를 다시 개원해 새 헌법을 마련하고 헌법 발효 후 60일 이내에 총선을 다시 치르겠다고 밝혔다. 군부가 장악한 헌법재판소의 지난달 14일 의회 해산 결정을 뒤집은 것.
알아라비아방송은 “군 최고위원회도 의회 재소집 사실을 미리 알지 못해 이날 저녁 서둘러 긴급회의를 소집했다”고 보도했다. 헌법재판소는 9일 긴급 성명을 내고 “헌재의 모든 판결과 결정은 최종적인 것이며 모든 국가기관에 구속력이 있다”고 밝혀 무르시의 결정에 강하게 반발했다. 무르시 대통령과 군 지도자는 이날 군사학교 졸업식장에서 만났으나 시종 굳은 얼굴이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의회 재소집을 요구해온 무슬림형제단도 대통령과 상의한 바 없다고 밝혔다. 카이로의 의회 건물 앞에 수십명의 무르시 지지자들이 모였다. 형제단 소속인 사드 알 카타트니 국회의장은 10일 오후 2시 국회를 재소집하겠다고 밝혔다. 70%에 이르는 이슬람계 의원들은 국회에 등원할 것으로 보이나, 나머지는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집트 의회는 지난달 대선 결선투표 직전 “의원 3분의 1이 불법 당선됐다”는 헌재 판결로 해산됐다. 그 직후 군 최고위는 임시헌법을 발동, 입법권과 예산 감독권을 차지했다. 무르시의 당선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군부가 권력을 뺏기지 않으려는 조치였다.
헌법전문가인 이브라힘 다르위시 박사는 무르시의 결정이 “이집트 역사상 최악의 조치”라며 “군 소장파의 쿠데타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대통령령 발표 직전 무르시 대통령을 만난 윌리엄 번스 미 국무부 부장관은 “민주적 의회의 가동과 새 헌법을 입안하는 포괄적 과정이 중요하다”며 이번 조치를 예측한 듯한 발언을 해 미국과의 사전교감설도 나온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