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민주화, 이집트와 달랐다… 제헌의회 선거서 자유주의 성향 국민연합 예상밖 승리
입력 2012-07-09 22:00
리비아에 찾아온 ‘아랍의 봄’은 달랐다.
리비아 제헌의회 선거에서 마흐무드 지브릴 전 총리가 이끄는 자유주의 성향의 국민연합이 승리할 것으로 보인다고 8일(현지시간) 외신들은 보도했다. 이제껏 독재 정권 축출과 이슬람주의 정권 창출 순서로 진행된 중동 민주화 방식에 첫 변화가 생긴 것이다.
튀니지, 모로코, 이집트 선거에서 연이어 승리한 무슬림형제단이 리비아 제헌의회 선거에선 패배할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외신들은 개표 직전까지 이슬람주의 진영의 승리를 전망했었다.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를 쫓아내고 약 반세기 만에 치러진 리비아의 첫 자유민주 선거에서 국민연합이 우위를 점한 것은 지브릴 전 총리가 가진 정치적 포용력과 높은 인지도 덕분이라고 뉴욕타임스는 분석했다.
카다피 사망 이후 500여개 부족, 정치 세력 간 빚은 갈등으로 피로한 리비아 국민들은 분쟁을 종식할 인물을 택했다. 지브릴 전 총리는 8일 밤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선거에서 승자도 패자도 없다”며 대연정을 제안했다.
그는 자유주의와 온건한 이슬람주의 공통분모를 갖추고 있다. 미국 피츠버그 대학에서 학위를 취득한 정치학 교수 지브릴은 ‘시민 민주주의’를 강조하는 한편 샤리아(이슬람법)가 입법의 기초가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브릴 전 총리는 무슬림 성직자와 함께 찍은 캠페인 사진으로 표심을 모으기도 했다. 최근 리비아 TV와의 인터뷰에서는 “금요일마다 사원에서 기도한다”고 밝혔다. 다른 중동 국가에 비해 온건 성향의 이슬람 국가라는 점도 그에게 승리를 안겨줬다.
신뢰는 카다피 종식의 아이콘으로 활약하며 쌓았다. 카다피 정부에서 2007년부터 법무장관을 지낸 그는 지난해 2월 무력 진압에 항의, 정부 각료로는 처음 사임했다. 사임 후 반군의 구심체인 리비아 과도국가위원회(NTC) 총리를 지냈다. 정치 안보 공백기를 체험한 리비아인들은 과도기를 몸소 겪은 정치인을 원했다.
반면 무슬림형제단은 과거 카다피 정권과 거래한 전력이 주요 패배 요인으로 분석된다. 카다피의 아들인 세이프 알이슬람은 자신의 통치력을 강화하기 위해 2003년 150여명의 이슬람주의 정치범을 석방하고 자신이 운영하는 미디어기업에 일자리를 줬다. 리비아 출신의 친이슬람주의 정치분석가인 파시 알파드할리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카다피 정권과 조금이라도 관련된 정치 세력은 연상 작용 때문에라도 소멸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친서방적인 교수 스타일로 카리스마가 부족하며, 보수적인 리비아인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이슬람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지적은 그가 넘어야 할 한계다.
박유리 기자 nopim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