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팔러마 사피나] 한국의 전력 낭비 너무 심하다
입력 2012-07-09 18:38
올해로 한국 생활 13년째를 맞는 나는 초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친다. 나의 고향은 필리핀 라구나 지역이며 마닐라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다. 한국으로 치면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충청북도 청주와 비슷한 정취를 가지고 있다. 지금은 떠나온 지 오래되었지만 7남매가 옹기종기 모여 살던 정겨운 곳이다.
얼마 전 필리핀 마닐라의 가정용 전기요금이 아시아에서 가장 비싸다는 기사를 보았다. 걱정되는 마음에 고향에 있는 여동생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동생은 농담조로 촛불을 켜고 밥을 먹어야 할 정도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리고는 일주일치 다림질할 옷이 쌓여 있다며 전화를 끊었다.
필리핀 사람들은 전기절약 습관이 몸에 배어있다. 다림질은 한꺼번에 모아서 하고 컴퓨터는 꼭 필요할 때만 쓴다. 그리고 각 방에는 작은 선풍기가 하나씩 놓여있다. 집집마다 에어컨이 설치되어 있지만 작동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TV도 마찬가지다. 꼭 필요한 프로그램만 잠깐 틀기 때문에 필리핀에서 TV 중독이란 말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리고 항상 이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콘센트는 뽑아두었니(Turn it off)?”
3월부터 5월까지 지속되는 여름철 폭염을 피하기 위해 필리핀에서는 각자 자기 집만의 알뜰 피서법이 있다. 우리집의 경우 조그만 원두막을 만든다. 매년 남동생이 정성스레 만든 이 원두막에서 가족 모두 시원하게 여름을 보낸다.
집에는 물탱크가 두 개 있다. 지붕 아래쪽에 파이프를 설치해 비 오는 날에 빗물을 모아 탱크로 보낸다. 이렇게 모은 많은 양의 물로 농사를 짓고 화단에 물도 주고 다양한 용도로 사용한다.
여기 청주 우리 집도 마찬가지다. 샤워기는 마지막 헹굴 때만 쓴다. 목욕을 하는 모든 과정에 손잡이 달린 작은 바가지는 필수다. 시어머니가 고수하는 물 절약법이다. 편리한 샤워기를 두고 바가지를 사용할 때면 불편하고 시간도 걸리지만 버려지는 물을 생각하면 가족 모두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여긴다. 빨간 바가지가 가끔은 정겹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의아한 풍경도 찾아볼 수 있다. 바로 헤어드라이어 사용이다. 자연바람에도 잘 마르는 머리카락을 소비전력이 높은 전자제품을 이용해 말리니까 말이다. 필리핀에서는 그냥 두거나 선풍기로 잠깐 말리는 것이 전부다. 선풍기 바람에 머리를 잠시 맡기는 것은 어떨까.
한국의 전기요금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 굉장히 낮은 수준이다. 비싼 돈을 들여 낮게 판매하는 이런 체계 안에서는 ‘남 다른’ 에너지 절약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에너지를 줄이기 위해 우선 전력이 쓸데없이 낭비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플러그를 빼는 등 생활 속에서 절전을 실천하는 것이 가장 우선이다.
다음으로는 효율적인 전기 사용이 필수다. 헤어드라이어 대신 선풍기를 사용하고 조명도 에너지효율이 높은 전구로 교체하자.
마지막으로는 느림의 미학을 즐겨보자. 생활습관을 바꾸어 보는 것이다.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전기 절약을 위해 노력하는 가족의 모습은 보기만 해도 미소가 지어진다.
전기 절약 방법은 아주 가까이에 있다. 다른 사람의 비슷비슷한 생활방식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우리 집만의 에너지 절약법을 만들자.
이런 실천들이 차곡차곡 모이면 한국은 에너지를 아끼는 ‘남다른 나라’가 될 것이다.
팔러마 사피나(청주 사천초교 영어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