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체포동의안 처리는 국회 개혁의 출발점

입력 2012-07-09 18:43

박주선·정두언 의원 사건, 私心 없어야

무소속 박주선 의원과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9일 국회 본회의에 보고됐다. 여야는 11일 본회의를 열어 처리키로 했다. 국회법 26조에는 ‘국회의장은 체포동의를 요청받은 후 처음 개의하는 본회의에 보고해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표결한다’고 규정돼 있다. 혹시 11일 처리가 지연돼도 시간은 충분하다.

박 의원과 정 의원의 체포동의안에 대한 여야 지도부의 입장은 이미 제시돼 있다.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는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했으므로 그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 역시 “원칙대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여야 모두 19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불체포 특권 포기를 비롯해 국회의원 연금제도 개선, 겸직 금지 등을 담은 쇄신안을 국민에게 제시하며 개혁을 약속했기 때문에 이를 처리하지 않을 경우 정치적 부담을 감당하기 어렵다.

그런데도 정치권에서 나오는 말을 있는 그대로 믿지 않는 분위기가 많다. 민주당에서는 박 의원이 항소했으므로 1심 재판부가 보낸 체포동의요구서가 효력이 없다는 주장이 나왔다. 새누리당에서는 “정 의원이 정말 구속돼야 하는지 따져봐야 하는데 지금은 분위기가 나쁘다. 정 의원은 운이 없다”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국회의원 특권 포기를 논의하는 시기와 겹쳐 정 의원이 희생양이 됐다는 것이다.

의원들 사이에서 법리논쟁이나 동정론이 제기되면 여야관계가 갑자기 바뀌면서 원칙이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 33일을 지각 개원한 19대 국회에는 대법관 인사청문회, 민간인 불법사찰 국정조사, 이명박 대통령 내곡동 사저의혹 조사를 위한 특검안 처리 등 여야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는 사안이 쌓여있다. 곳곳이 지뢰밭이어서 체포동의안 처리를 확실하게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회의원 체포동의안 처리는 여야의 타협거리가 아니다.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은 1603년 영국의 ‘의회특권법’에서 명문화됐다. 왕실재판소가 단순한 채무보증을 이유로 의원을 체포한 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진 법이다. 이후 미국을 비롯해 각국 헌법에 담겼다. 대한민국 헌법도 1948년 제헌 이래 지금까지 같은 내용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민주화를 요구하는 국회를 탄압하려는 독재정권에 저항하기 위한 효율적인 수단으로 정당성을 인정받았다.

현재 불체포 특권을 담은 헌법 44조는 법을 어긴 의원들의 사적 피난처로 악용되고 있다. 18대 국회에서 학교공금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강성종 당시 의원의 체포동의안 처리를 막기 위해 방탄 국회가 열렸던 것이 대표적 예다. 범죄 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를 구속시킬지는 법원에서 판사가 결정한다. 정치권은 체포·구금을 이유로 국회의원을 협박해 국회의 기능을 마비시키려는 시도가 있는지만 판단하면 된다. 국회의 기능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를 의원 개인의 특권으로 착각해 흥정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