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출발부터 삐걱대는 박근혜 캠프

입력 2012-07-09 18:42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경선 캠프가 표절 시비와 문제성 발언으로 출발부터 삐걱대고 있다.

박 캠프는 대선 출마 선언식을 이틀 앞둔 8일 대선 상징물인 PI(Presidential Identity)를 발표했다. 새누리당의 상징색인 빨간색 말풍선 안에 ‘박근혜’의 초성인 ‘ㅂㄱㅎ’을 눈과 코처럼 배치한 스마일 이모티콘 형식이다. 하지만 당내 경선 상대인 임태희 예비후보 측이 파란색 원 안에 ‘임태희’의 초성 ‘ㅇㅌㅎ’을 써넣은 자신들의 아이콘과 흡사하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임 캠프는 이 아이콘을 지난 5월부터 모든 공보물에 쓰고 있었다면서 박 캠프 PI의 사용 중지를 요구하고 나섰다.

박 캠프 인사들의 발언도 구설에 올라 있다. 홍사덕 공동선대위원장은 “박 전 위원장 반경 몇m 안에 김종인 공동선대위원장을 빼고는 55세 이상을 들이지 말라”고 발언했다가 당 중진들에게 사과했다. 젊은층 표심을 잡기 위한 선거 전략을 사석에서 이야기한 것이었다지만 노인 폄훼 논란을 빚은 때문이다. 김종인 선대위원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재벌 해체 주장과 관련해 “암탉이 말 안 듣는다고 목을 비트나. 우리를 만들어 그 안에서 키워야 한다”며 정치권력과 대기업의 관계를 부적절하게 설명해 비난을 샀다. 이상돈 캠프 정치발전위원은 5·16을 “군사혁명”이라고 했다가 “당시로선 군사정변이 맞다”고 말을 바꾸기도 했다.

박 전 비대위원장은 유력한 대권 주자이고, 오래전부터 대권 도전을 준비해 왔다. 그런데 이를 보좌하는 캠프에서 누가 봐도 아이디어 표절 시비를 부름직한 PI를 내놓은 것은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다른 캠프의 PI를 제대로 살펴보지 않았다면 오만하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고, 알고도 문제될 것이 없다고 봤다면 독선이거나 무신경이다.

PI는 대선 과정에서 상당 기간, 수많은 유권자들에게 후보의 얼굴을 대신하는 상징물로 각인된다. 표절 시비에 휘말렸다면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하고, 잘못이 있었다면 즉시 바로잡아야 한다. 당내의 작은 문제처럼 보이지만 제대로 해결되지 않으면 캠프의 신뢰성이 훼손될 수 있다. 개미구멍 하나로 큰 제방 둑이 무너질 수도 있다.

캠프 인사들도 승리감에 도취된 듯한 행태를 삼가고 국민과 당원 앞에 겸허하고 진중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이재오 전 최고위원과 정몽준 전 대표가 경선 불참을 선언함에 따라 새누리당 경선 구도는 사실상 박 전 위원장 독주 체제로 정리되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박 전 위원장은 완전국민경선을 주장하는 두 예비주자를 소통의 리더십으로 포용하기보다 소신과 원칙의 정치를 관철시켰다. 이런 이유 때문에 박 캠프에서 흘러나오는 독선과 아집의 신호들을 국민들은 더욱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