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동반성장 사각지대] 발주기관이 자재대금 제때 지급 여부 직접 확인해야

입력 2012-07-09 19:11


(중) 건설 불황에 서로 상대 탓만 하는 원청-하도급사 관계

건설경기 악화는 불공정 하도급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대형 건설사나 중소형 건설사 모두 힘들다 보니, 상생이나 동반성장은 먼 나라 얘기처럼 들린다.

불공정 하도급 문제를 둘러싼 시각은 대형 건설사와 중소 건설사 간에 판이하게 다르다. 힘을 모아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기보다 서로 ‘네 탓’만 하는 형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불공정 하도급 근절 대책을 들고 나왔다.

◇불공정 하도급 업체에 대한 제도적 불이익 강화=기획재정부는 9일 자재·장비 대금 지급확인제도 확대 등을 내용으로 하는 계약예규 개정안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계약 발주기관은 앞으로 하도급 업자가 자재·장비 제공업체 등에 대금을 제때 지급했는지 여부를 의무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발주기관이 계약 상대방인 원수급 업체가 하도급 대금을 제대로 지급했는지만 챙기면 됐다. 이번 제도는 공사비 체불 등이 원수급 업체보다 하도급 업체와 자재·장비업체 간에 발생하는 점을 고려해 마련됐다.

또 하도급법을 상습 위반한 불공정 하도급 거래업체에 대해 적격심사에서 감점을 적용하는 기간이 1년에서 2년으로 연장되고 감점 폭도 3점에서 7점으로 확대키로 했다.

◇대형 건설사, “2차·3차 하도급 업체들이 더 문제”=대형 건설사들은 전문건설업체들이 불황의 모든 책임을 불공정 하도급 문제로 돌린다고 항변한다.

대형 건설사도 사정이 나쁘기는 마찬가지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6일 밝힌 올해 구조조정 대상 대기업 36개사 중 절반 가까운 17개사가 건설사였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함께 일하는 1차 협력업체에 자재·장비 대금, 인건비 등을 계약서에 명시된 대로 주고 있다”면서 “다만 우리가 준 하도급을 또다시 다른 영세 협력업체에 하도급을 주는 2차·3차 하도급 업체들이 협력업체에 대금을 주지 않아 문제가 발생한 적은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감시·감독을 강화하고 있지만 2차·3차 하도급 업체의 대금 지급 여부까지 전체적으로 확인하기는 힘든 실정”이라며 “전문건설 업체들이 자신들의 잘못을 무조건 대기업 탓으로 몰고 가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다른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공사비만 떼어먹고 도망 간 하도급업체도 있었다”면서 “공사 도중에 대금을 올려 달라고 하는 바람에 완공이 늦어지는 등 하도급 문제로 피해를 받는 것은 오히려 대형 건설사들”이라고 반박했다.

◇중소 건설사, “대형 건설사들이 우월적 지위 남용”=중소 건설사들의 가장 큰 불만은 대형 건설사들이 발주기관으로부터 저가로 공사를 따낸 뒤 그 부담을 하도급 업체에 전가시킨다는 것이다. 최저가로 낙찰 받은 하도급 업체에 수의계약을 강요해 더 낮은 금액으로 공사비를 책정한 경우도 많다.

한 건설업체 사장은 “대형 건설사들이 ‘이번 공사에서 손해를 참아주면 다음 공사에서 부족분을 보충해 주겠다’고 약속한 뒤 이를 지키지 않은 경우가 있었다”면서 “대형 건설사가 하도급을 준 뒤 시공·자재 등에 특정업체를 지정해 재하도급을 줄 것을 요구하는 상황도 자주 발생한다”고 토로했다.

대형 건설사들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산업재해 처리비 등 위험부담 항목을 특수조건으로 작성, 날인을 요구해 그 부담을 떠안은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건설업체 사장은 “공사를 발주한 기관에 물량·단가 등을 허위로 통보할 것을 지시하는 대형 건설사도 있다”고 주장했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