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재판관 공석 1년째… 여야 대립 헌법기관 파행 운영 장기화
입력 2012-07-09 22:05
헌법재판소 재판관 공석이 1년째 이어지고 있다. 여야 대립으로 헌법기관의 파행적 운영이 장기화되면서 이를 방치하는 국회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전체 9명의 재판관 중 1명이 빠진 ‘8인 체제’로 운영된 지 9일로 1년이 됐다. 조대현 전 재판관이 지난해 7월 11일 퇴임한 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대립으로 후임자를 정하지 못한 탓이다. 추천권이 있는 민주통합당은 지난해 6월 조용환 변호사를 후임으로 추천했으나 새누리당의 반대로 임명 절차가 지연되다 지난 2월 국회 본회의에서 선출안이 결국 부결됐다.
헌법재판소는 9인의 재판관으로 구성된다. 재판관 9명 중 여당과 야당이 각각 1명, 합의 추천 1명 등으로 국회가 3명의 재판관을 선출한다. 하지만 국회가 헌법에 보장된 재판관 선출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해 헌법재판소 운영이 차질을 빚고 있는 셈이다. 헌법재판소 관계자는 “국회가 헌법기관의 위헌적인 상태를 하루빨리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헌법재판소의 미제 사건은 현재 920건이다. 심판정족수가 7인이기 때문에 위헌법률 제청과 헌법소원 사건에 대한 선고를 할 수는 있다. 하지만 합의제로 운영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고, 찬반이 갈리는 미묘한 사안의 경우 심판 결과까지 왜곡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헌법재판소 연구관은 “민감한 사안에 대한 결정을 할 때 법리 판단뿐만 아니라 정치적 부담도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헌재 재판관 공석이 길어지자 이를 보완하려는 법안도 나왔다. 민주통합당 이춘석 의원은 지난 2일 재판관 후임자가 임명될 때까지 계속 직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헌법재판소 공백을 최소화함으로써 헌법재판제도가 원활하게 운영되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오는 9월 14일에는 이동흡, 민형기, 김종대, 목영준 재판관 4명의 임기도 만료된다. 이들의 후임 재판관 임명 절차마저 차질을 빚으면 사상 초유의 헌법재판소 기능마비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다.
여러 후보가 재판관 물망에 오르고 있다. 재판관 3명을 추천할 수 있는 양승태 대법원장은 서기석 수원지법원장과 유남석 서울북부지법원장을 후보로 지명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야당 추천으로는 문흥수 변호사와 박주현 변호사가 거론된다. 여당 추천으로는 정종섭 서울대 로스쿨 교수와 이석연 변호사 등이 거명된다. 헌법재판소 연구관 출신의 윤영미 고려대 로스쿨 교수도 법조계 안팎의 추천을 받고 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