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종환 의원 詩 교과서 삭제권고’ 각계 비판에… 평가원 “선관위에 질의” 한발 물러서

입력 2012-07-10 01:34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문인 출신인 도종환 민주통합당 의원의 시 ‘담쟁이’를 국어교과서에서 삭제할 것을 출판사에 권고한 것을 두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평가원은 교육의 정치적 중립을 내세우지만 문인들은 물론 교육계, 정치계 등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평가원 관계자는 9일 “30명의 심의위원이 독립성·전문성·자율성을 바탕으로 권고했다. 새누리당 이자스민 의원이 출연한 영화 ‘완득이’도 교과서에 뺄 것을 권고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문인들은 보수·진보 가리지 않고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진보적 문인단체인 한국작가회의는 “시인이 국회의원이 된 뒤에 정치적 목적을 지니고 쓴 시라면 충분히 이유가 되지만 교과서에 실리게 될 시들은 정치인 도종환 이전에 시인 도종환의 작품”이라고 반박했다.

안도현 시인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이주호 장관께’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나는 문재인 대선 예비후보를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히는 정치행위를 했으므로 현재 초·중·고 교과서에 실려 있거나 앞으로 실릴 예정인 작품 모두를 추방해 달라”고 밝혔다.

보수 성향 소설가 이문열은 “작가가 정치적 의도 없이 쓴 작품을 나중에 얻은 신분을 이유로 삭제토록 권고한다는 것은 창작인의 한 사람으로서 전혀 이해가 되지 않고 보기에 민망하다”고 꼬집었다.

정치권도 일제히 방침 철회를 요구했다. 새누리당 이정현 최고위원은 “시인이 (야당) 국회의원이 됐다고 시를 삭제해야 한다는 논리는 안 된다”고 말했고, 민주당 대선주자인 김영환 의원은 국회 본회의 자유발언을 통해 “이번 사건은 진시황의 분서갱유에 필적하는 현대판 분시갱유(焚詩坑儒)”라며 “이주호 교과부 장관은 관련자를 문책하고 원상회복 조치를 취하라”고 요구했다.

도 의원 역시 국회 본회의에서 자유발언을 자청해 “김춘수 시인도 11대 민정당 전국구 의원이었다. 그럼 그 유명한 김 시인의 ‘꽃’도 교과서에서 빼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이도경 신창호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