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창연 기자의 건강세상 돋보기] 포괄수가제로 환자부담 21%가량 절감… ‘의료 질’까지 낮아져선 안돼
입력 2012-07-09 17:43
의사들의 수술거부, 의료의 질 저하 등 갖은 논란을 불러일으킨 포괄수가제가 우여곡절 끝에 이달부터 시행된다. 이번에 시행되는 포괄수가제에 해당하는 질병군은 모두 7개로 제왕절개분만·자궁 및 자궁부속기수술(산부인과), 백내장수술(안과), 맹장염수술·치질수술·서혜 및 대퇴부 탈장수술(일반외과), 편도 및 아데노이드수술(이비인후과) 등이다.
포괄수가제란 환자가 병·의원에 입원해 퇴원할 때까지 진료 받은 진찰·검사·수술·주사·투약 등 진료의 종류나 양과 상관없이 미리 정해진 진료비를 의료기관에 지급하는 제도를 말한다. 기존의 행위별수가제가 개별 진료행위에 대한 수가를 모두 더해 총진료비를 산출하는 데 반해 진료비 총액이 미리 일괄적으로 책정돼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
포괄수가제를 시행하면 먼저 환자의 자기부담금이 줄어든다는 장점이 있다. 정부는 평균 21% 정도 환자부담이 줄어든다고 설명하고 있다. 예컨대 백내장수술에 필요한 각막형태검사(ORB CT)의 경우 지금까지는 약 10만원의 비급여 비용을 모두 환자가 부담했지만 앞으로는 2만원만 부담하면 된다. 또 총비용이 미리 정해져 있기 때문에 환자 입장에서는 전체적인 치료비 규모를 미리 짐작할 수 있고 과잉진료나 불필요한 진료가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위에서 열거한 장점을 모두 더한다 해도 바꿀 수 없는 가장 큰 가치는 바로 ‘의료의 질’에 대한 문제다. 이 제도 시행과 관련해 일반국민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도 바로 의료의 질이 저하되지는 않을까 하는 점이다.
실제 포괄수가제 시행을 앞두고 지난 5월 안과의사회가 소속 의사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무려 98%에 달하는 의사가 이 제도를 전면 시행할 경우 수술비 절감을 위해 저렴한 재료로 바꿀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결국 환자들은 값싼 재료로 수술을 받게 되고 자칫 그로 인한 후유증이나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본인이 감당해야 한다. 하지만 이미 손상된 몸을 어떻게 회복시킬 수 있을까. 이는 보상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게다가 병원에서 받는 이런저런 검사를 통해 미처 자각하지 못했던 질환을 발견하는 경우도 많은데 의사로서는 어차피 받을 수 있는 진료비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과잉진료는커녕 ‘최소한의 진료’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과잉진료도 문제지만 최소한의 진료 역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또 새로운 의료기술이 수가에 제때 반영되지 못해 도입이 늦춰지거나 복잡한 추가치료가 필요한 환자에 대한 진료를 거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확실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물론 정부가 포괄수가제 전면 시행과 함께 의료서비스의 질에 대한 정밀평가작업도 병행할 방침이라고는 밝혔지만 국민건강과 직결된 제도를 시행할 때는 그로 인한 위험도를 최소화한 후 비로소 실행하는 것이 옳은 일이다. 만에 하나라도 생길 수 있는 문제에 대한 대책을 먼저 철저히 수립하는 것이 순서인 것이다. 그리고 포괄수가제로 인한 의료의 질 저하에 대한 문제 제기는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조창연 기자 chyjo@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