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강석 목사의 시편] 한통속, 한마음이면 문제가 없다
입력 2012-07-09 18:20
신학교 시절, 목회학 교수님께서는 목사가 장로들과 함께 목욕탕에 가지 말라고 가르쳤다. 왜냐면 그것이 목사의 허물과 약점의 빌미를 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것이 진리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언제부턴가 나는 장로님들과 목욕탕을 같이 다녔다. 나는 어려서부터 장난기가 많은 사람이다. 장로님들과 친해지다 보니 어떨 때는 찬물을 한 바가지 담아 가지고 뒤에서 몰래 장로님들 등에다 끼얹어버리기도 했다. 그러면 장로님들이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아이씨∼” 하다가 나를 보고 겸연쩍게 웃으면서 “아, 목사님이세요?” 하는 것이다. 요즘은 아예 장로님들이 미리서 찬물을 대령하기도 한다.
그러나 목욕탕을 나와서 교회에 오면 확실하게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목사와 그 목회자를 섬기고 받드는 장로의 영역이 분명해진다. 내가 연초에 안면마비에 걸렸을 때도 장로님들이 찾아와서 “우리가 목사님을 잘못 모셔서 이렇게 되었다”며 무릎을 꿇고 석고대죄를 할 정도로 서로를 존중하며 섬긴다. 한번은 장로수련회 때 온천에 갔는데 장로님들이 조용한 히노키탕에서 목욕탕 당회를 하자는 것이다. 그때 자기들이 먼저 “우리는 천국 갈 때까지 절대로 목사님과 싸우지 않고 잘 섬기기로 결의합시다”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자 장로회장과 당회서기가 더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요즘 목사와 장로의 불편한 관계 때문에 교회의 영광성이 추락하고 어려움을 당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소 목사님을 언제나 변함없이 잘 모시고 충성합시다. 은퇴 목사님이 되었을 때도 끝까지 충성하고 잘 섬길 것을 동의합니다.” 그러니까 장로님들이 “제청합니다!”라고 외쳤다. 그때 장로님들이 내게 “뭐하십니까? 당연히 당회장이시니까 빨리 가부를 물어보세요.” 그래서 내가 “가하면 예하시오. 그러나 아니면 그 자리에서 일어나세요”라고 했더니 일제히 “옳소! 좋습니다!”라며 함성의 박수가 터져 나왔다. 그런데 그 순간에 한 장로님이 스마트폰 동영상으로 촬영을 한 것이다. 장로님들이 그것을 보고 “목사님, 이 영상을 어디로 가든지 교육 자료로 삼아 주세요. 이런 교회가 힘 있고 부흥한다고요” 하는 것이다. 나는 이처럼 목사를 지지하고 섬겨주는 우리 장로님들이 눈물겹게 감사했다.
최근 한국교회는 목사와 장로 사이의 갈등 때문에 문제가 많다. 평생 동안 함께한 교회를 섬겨온 목사와 장로가 서로 싸우고 갈등하여 상처 받고 분란이 생기는 것은 얼마나 비극적인 일인가. 그러나 목사와 장로가 한통속, 한마음이면 결코 문제가 생길 수 없다. 우리가 내부적으로 하나 되어 결속해야 외부적으로 오는 시험과 공격도 이겨낼 수 있지 않겠는가. 꼭 목욕탕이 아니더라도 우리 모두 한통속, 한마음의 목사와 장로가 되자. 그럴 때 한국교회의 분열과 상처를 치유하고 다시 미래의 웅대한 부흥을 향하여 함께 손잡고 걸어갈 수 있을 것이다.
<용인 새에덴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