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의 샘] 새벽에 보는 연꽃

입력 2012-07-09 18:31


7월은 연꽃의 계절이다. 순결한 연꽃 봉우리가 연잎 사이로 살짝 나온 것도 귀엽고 활짝 꽃잎을 열고 꽃술에 벌 한 마리를 숨기고 의젓이 선 자품도 우아하다. 물뿌리개의 꼭지 같은 모양에 벌집 형상을 한 연밥은 또 어떠하며, 물방울이 연잎 속에서 땡글땡글 돌다가 가득 고여서는 다시 쏟아지는 풍정은 또 어떤가. 연은 볼수록 그윽한 운치가 있다.

이 시는 이른 새벽에 느끼는 은은한 연꽃의 아름다움을 갓 목욕을 마치고 단장하기 직전의 청초한 여인의 아름다움과 절묘하게 조화시키고 있다. 읽다보면 연꽃과 여인이 동시에 눈앞에 어른거린다. 둘째 구의 거울(鏡)은 여인을 비춰주는 거울인 동시에 하늘거리는 연꽃의 그림자가 어린 아침의 고요한 수면이기도 하다. 원제를 ‘바람에 하늘거리는 연꽃(風荷)’이라 하였으므로 지금 연꽃의 맑은 향기가 풍기고 있는 중이다.

중국은 항주의 서호와 소주의 졸정원이 연꽃으로 유명하다. 송나라 때 양만리(楊萬里)는 서호의 연꽃을 “필경 서호는 6월 중에 풍광이 다른 계절과 다르다(畢竟西湖六月中, 風光不與四時同)”라고 노래했고, 명말의 장대(張岱)는 행락객들이 다 떠난 한밤중에 서호의 연꽃 사이에서 배를 타고 노닐며 “십리 연꽃 가운데서 단잠에 빠지니 향기가 사람을 자극하여 맑은 꿈에 흠뻑 젖어든다”라고 했다.

도연명이 국화를 좋아했다면 주렴계는 연꽃을 사랑했다. 그는 연(蓮)에서 군자의 모습을 보았다. 진흙 속에서 나왔는데도 몸을 더럽히지 않고 맑은 물결에 몸을 씻어도 요염하지 않다. 특히 ‘향기는 멀어질수록 더욱 맑다(香遠益淸)’라고 하는 말은 널리 사랑을 받아 경복궁의 향원정(香遠亭)과 안동 소산(素山)의 청원루(淸遠樓)에 그 뜻이 남아 있다. 연꽃을 감상하는 것은 정신의 충전이요, 소풍이다.

김종태(한국고전번역원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