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때 주의해야 할 질병… 동남아, 물로 감염되는 ‘세균성 이질’ 가장 많아
입력 2012-07-09 19:58
#직장인 이모씨는 지난해 필리핀 세부섬에서 여행을 하던 중 구토와 설사를 동반한 증세로 계획했던 일정을 중단해야 했다. 낯선 타지에서 병원 진료를 받기가 꺼려진 이씨는 집에서 챙겨온 상비약을 복용했지만 별다른 효능이 없었다. 귀국 후 병원에 내원해 검사한 결과 ‘세균성장염’ 판정을 받았다.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을 맞아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에 따라 해외여행 중 흔히 물갈이로 알려진 ‘여행자 설사’ 등의 감염질환으로 낭패를 보는 일도 빈번해지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이에 대비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실제 국외여행객수 증가에 비례해 해외에서 콜레라, 말라리아 등에 감염돼 입국하는 건수도 증가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해외에서 국내로 유입된 감염사례는 2009년까지 200명 내외에 불과했지만 2010년 335명, 2011년 349명으로 급속한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2011년은 2009년 대비 135.8%나 증가했다.
지난해 신고된 주요 국외유입 감염병은 세균성이질, 뎅기열, 말라리아, 장티푸스, A형간염 등이 있다. 유입 국가는 중국, 인도, 필리핀,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아시아 지역과 가나, 케냐 등 아프리카 지역이 많았다.
해외 여행지에서 풍토병에 걸리게 되면 대다수의 여행객들은 이에 대한 면역력이 없다. 따라서 모처럼 떠나는 여행지에서 발생할 수 있는 건강상의 문제에 철저히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필리핀·태국·중국 등 동남아지역, 세균성이질·말라리아 주의= 우리나라 여행객은 여름 휴가철에 가고 싶은 관광지로 가까운 ‘동남아시아’ 지역을 첫 손에 꼽는다. 이들 국가를 방문할 때는 물을 통해 감염되는 세균성 이질과, 모기를 매개로 발생하는 뎅기열, 말라리아 감염에 주의해야 한다. 특히 지난 5년간(2007∼2011년) 전국 13개 검역소를 통해 가장 많이 확인된 수인성 감염병이 이들 지역에서 많이 발생하는 ‘세균성 이질’(107건)로 확인된 만큼 오염된 음식이나 식수를 통해 감염되지 않도록 개인위생이 요구된다.
◇영국·프랑스 등 유럽 여행객, 홍역 예방접종 ‘필수’= 해마다 7∼8월이 되면 방학을 맞은 학생들은 유럽 배낭여행을 계획한다. 특히 올해는 오는 27일 개막하는 런던올림픽으로 볼거리가 더해지며 유럽으로 떠나는 관광객들이 급증할 전망이다.
그러나 최근 영국과 프랑스 등 유럽지역에 홍역 유행이 보고 되고 있다. 따라서 이에 대한 예방접종은 필수다. 홍역은 전염력이 높은 질환이기 때문에 감염을 예방할 수 있는 MMR백신(홍역·볼거리·풍진 혼합백신)을 접종해야 한다. 질병관리본부는 특히 소아·청소년의 경우 출국 전 MMR백신 2회 접종을 완료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아프리카·중남미 국가 등 열대지방, 콜레라·황열 주의= 아프리카, 중남미 등 주로 열대 지역에서 유행하는 황열은 치사율이 60%가 넘는 무서운 감염질환이다. 따라서 황열 예방접종이 필요한 국가를 방문할 경우 여행을 떠나기 10일 전에는 예방접종을 받도록 한다.
또한 이들 지역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콜레라는 비브리오 콜레라균에 감염돼 발생하는 급성설사질환이므로 오염된 음식이나 설익은 음식은 삼가야 한다.
박윤선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교수(감염내과)는 “각 나라마다 유행하는 질병 종류에 차이가 있는 만큼 여행 출발일로부터 충분한 여유 기간을 두고 준비를 시작해야 안전한 여행길에 오를 수 있다”며 “현지 풍토병이나 감염질환은 잠복기 상태에 있다가 귀국 후 발병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발열이나 설사 증상이 발생하면 즉시 가까운 병원에 내원해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장윤형 쿠키건강 기자 vitamin@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