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전화 부스가 애물단지? 새 옷 입고 ‘미니 도서관’ 부활
입력 2012-07-09 00:58
휴대전화 보급이 늘면서 애물단지로 전락한 공중전화 부스를 ‘길거리 문고’나 광장의 ‘미니 도서관’ 등으로 재활용하는 사례가 확산되고 있다.
서울 송파구는 낡은 공중전화 부스 4대에 빨간색 옷을 새로 입히고 책장을 넣은 ‘두 줄 책장’을 지난달 29일 잠실 롯데월드와 KT 송파지사 앞 버스 정류장 등 2곳에 각 2개씩 설치했다고 8일 밝혔다. 이 곳에는 책장 하나당 150권의 책이 비치돼 있으며 체류 시간이 짧은 정류장 특성을 감안해 그림책, 시집 등 빨리 읽을 수 있는 도서들이 대부분이다. 대출과 대납은 자율적으로 이뤄진다.
구 관계자는 “영국 남부 웨스트베리 서머싯 지역에서 공중전화 부스를 재활용해 미니 문고를 만든 데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두 줄 책장’을 이용한 최윤실(31·서울 가락동)씨는 “버스 오기 전에 아무것도 안하고 있는 것 보다 몇 줄이라도 책을 읽을 수 있어 유익한 것 같다”고 했다.
서울 성동구도 지난 2월 말 지하철 왕십리역 앞 왕십리광장에 오래된 공중전화 부스를 활용해 만든 무인 도서관 ‘책뜨락’을 설치해 호응을 얻고 있다. 전화부스는 KT-링크스가 기부했고, 디자인은 한양대 응용미술교육학과 학생들의 재능기부로 이뤄졌다. 도서들은 새마을문고성동지부의 후원으로 마련된다.
성동구 관계자는 “시민들의 자발적 도서 기증도 120여건에 이른다. 도서 분실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운영 5개월간 도서 분실률은 12%에 그치고 있다”고 전했다. 구 측은 주민들의 호응이 높자 지난 3월 구청 광장에 ‘책뜨락2’를 추가 설치했고, 조만간 행당제2동에 3호점을 개장할 계획이다.
민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