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43년만에 민주화 첫걸음… 제헌의회 선거 투표율 60%

입력 2012-07-08 22:29


리비아에서 7일(현지시간) 역사적인 제헌의회 선거가 치러졌다. 지난해 무아마르 카다피의 42년 철권통치가 막을 내린 이후 처음 열린 자유민주 선거다. 이슬람주의를 내건 무슬림형제단의 우세 속에 자유주의 정당과의 치열한 경합이 예상되고 있다.

릐무슬림형제단 열풍 이어질까=이날 리비아 전역 1554개 투표소 가운데 선거 방해로 열리지 못한 24개를 제외한 1530개 투표소에서 선거가 치러졌다. 오후 8시 투표가 마감되자 누리 알아바르 선거관리위원장은 유권자 약 280만명 중 160만명이 투표해 약 60%의 투표율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선거 결과는 이르면 9일쯤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외신들은 조직력과 자금력에서 우세한 무슬림형제단의 정의개발당이 제1당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튀니지 이집트에 이어 리비아에서도 이슬람주의 정당이 다수파가 되면 ‘독재자 축출 이후 이슬람주의’라는 아랍 민주화 공식이 성립하게 된다. 수도 트리폴리와 벵가지에서는 마흐무드 지브릴 전 국가과도위원회(NTC) 총리가 이끄는 자유주의 정당 ‘국민의힘’이 앞선 것으로 파악된다. 국민의힘은 자신들이 제1당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투표 종료 후 트리폴리와 벵가지 등 주요 도시에서는 감격한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시내 도로가 마비됐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시민들은 공중에 총을 쏘거나 폭죽을 터뜨리면서 선거를 자축했다. 자원봉사자들은 사탕을 나눠줬다. 여성들이 투표를 기다리는 동안 서로 껴안거나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리비아 민주주의의 또 다른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축하했다.

제헌의회는 새 내각을 구성하고 60인으로 구성되는 제헌위원을 임명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새 헌법이 마련되면 내년에 다시 총선을 치른다.

릐민주주의 안착할 수 있나=걸음마를 뗀 리비아 민주주의의 앞날엔 여전히 험난한 가시밭길이 놓여 있다. 정치적 암흑기였던 카다피 체제의 그림자를 넘어 화해와 통합이라는 국가적 과제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카다피 체제 하에 잠복하고 있던 지역·부족 간 갈등이 정치적으로 원만히 해결되지 않을 경우 국가 전체가 또다시 격랑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선거 와중에도 이런 조짐이 보였다. 의석수가 지역별로 균일하지 않아 불만이 높은 동부 아즈다비야에서는 투표 반대 시위대가 투표함을 탈취하려다 보안요원과 총격전을 벌였다. 1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동부 벵가지에서도 투표 반대파와 지지파가 충돌해 1명이 사망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내전 중에 세력을 확대한 최고안보위원회(SSC) 등 민간 치안유지 병력과 기존 정규군 사이에 긴장이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민간 병력은 지난해 카다피 축출에 앞장섰던 전직 군인들로 이번 선거에서도 군대와 경찰을 대신해 보안 임무를 맡았다. 전문가들과 NTC 관계자들은 이들이 리비아 전체 무기 가운데 4분의 3을 장악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