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는 방카슈랑스… 뭉칫돈 쓸어 담는다

입력 2012-07-08 19:38


불황이 장기간 이어져 은행 수익이 급감하고 있지만 방카슈랑스 판매는 날개를 달았다. 상대적으로 ‘안전 자산’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데다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어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방카슈랑스는 은행(Bank)과 보험(Assurance)의 합성어로 은행에서 파는 보험 상품을 말한다.

8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신한·하나·IBK기업은행 등 4개 시중은행의 올해 상반기(1∼6월) 방카슈랑스 판매액은 2조8000억원이다. 6월분이 빠진 상반기 KB국민은행의 판매액까지 더하면 총 4조6077억원의 방카슈랑스가 판매됐다.

이는 5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같은 기간 판매액 2조6674억원에 비해 72.7% 늘어난 수치다. 국민은행의 6월 판매액을 감안하면 그 차이는 더욱 크게 벌어진다. 방카슈랑스 판매가 호조를 보인 지난해 하반기(2조8265억원)와 비교하더라도 63%가량 급증했다.

대부분의 은행이 지난해보다 적게는 50%에서 많게는 100%가 넘는 판매 증가율을 보였다. 2010년과 비교해 200%가 넘는 성장률을 보인 곳도 있었다.

최근 유독 방카슈랑스에 돈이 몰린 이유는 주식과 부동산 시장 모두 침체기를 겪어 마땅한 투자처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또 유럽발 금융위기 등의 불안한 경제정세가 이어지면서 상대적으로 ‘안전 자산’ 인식이 강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특히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어 거액의 자산가들이 대거 몰려든다고 한다. 실제로 최근 방카슈랑스는 거액을 한 번에 맡기는 거치식 계약이 호황을 이루고 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올해 대부분 은행에서 거치식 계약이 유독 많았다”며 “수천억원의 거액을 넣을 경우 한 달 이자 수익이 5000만원이 되지만 세금을 내지 않을 수 있어 다른 상품에 비해 매력적”이라고 설명했다.

은행 또한 다른 상품의 판매가 저조한 상황에서 짭짤한 수수료 이익을 챙길 수 있는 방카슈랑스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펀드 등의 수수료 수익은 1% 정도에 불과하지만 방카슈랑스는 평균 수수료가 3% 정도로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등을 옥죄는 상황에서 방카슈랑스가 상반기에 가장 괜찮았다”며 “하반기에도 (방카슈랑스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조세형평상 방카슈랑스에 과도한 이익을 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비과세를 하더라도 일정한 조건을 둬야 한다”며 “지금처럼 금액에 상관없이 무분별하게 세제혜택을 주면 조세형평에 어긋나 시장 균열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