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는 조선인의 전염병을 방치했다” 황상익 서울대 의대 교수 분석
입력 2012-07-08 19:32
일제 식민지배 기간 전염병 감소 등의 이유로 조선인 인구가 늘어났다는 학계 시각은 허술한 통계 탓으로, 오히려 식민 통치 당국은 실태 파악조차 못할 정도로 조선인의 전염병을 방치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황상익 서울대 의대 교수는 8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같이 밝혔다. 일제 식민지배가 한국의 생활수준 향상에 기여했다는 식민지근대화론을 정면 반박한 것이다. 그는 앞서 6일 국제고려학회 서울지회가 고려대에서 개최한 학술대회에서도 ‘질병, 사망, 의료를 통해 본 일제 강점기 조선 민중들의 삶’이란 제목으로 같은 취지 논문을 발표했다.
황 교수는 식민지근대화론이 무엇보다 통계 근거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선총독부가 집계한 경제지표의 경우 대개 조선인과 일본인의 구분이 없다. 이를 토대로 조선인의 생활수준 향상 여부를 판단하는 데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조선인의 전체 사망자 수는 감소 추세였음에도 영아 사망자 수는 증가하는 등 통계 자료 끼리 모순을 보이는 사례도 있다고 지적했다.
황 교수는 이에 따라 조선인과 일본인이 구분된 인구 및 보건 위생 지표를 토대로 조사한 결과, “조선인 전염병 사망률이 떨어졌다는 직접적 근거를 찾을 수 없었다”고 했다. 그는 “총독부 공식 집계 법정전염병 환자 수와 사망자 수를 보면 조선인은 일본인의 10분의 1도 안 되는 수준”이라면서 “이는 일제 당국이 식민지 조선의 최대 보건 의료 문제였던 전염병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선인 사망률 감소의 또 다른 요인으로 꼽히는 영양상태 개선, 상하수도 보급 등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황 교수는 “곡물과 감자 고구마 등을 통한 조선인의 1일 칼로리 섭취량은 일제 강점 후기로 갈수록 감소했다. 따라서 조선인의 영양상태가 개선됐을 여지는 없다”고 말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