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캠프에 가장 껄끄러운 野 후보 물었더니… “문재인이라고 하기로 했어요”

입력 2012-07-09 00:34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 경선캠프 인사들에게 “야권 후보 중 누가 제일 껄끄럽냐”는 질문을 던지면 “하나같이 다 어렵다”는 모범 답안이 돌아온다. 아직 당내 경선을 치르는 중이고, 야권에서 언제 어떻게 후보가 결정될지 모르는 상황인 만큼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여기엔 2007년 대선 경선 당시 캠프 관계자들에게 “누가 표 계산을 하라 했느냐”고 호통쳤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로 정치공학적 접근을 싫어하는 박 전 위원장의 스타일도 한몫하고 있다.

조윤선 경선캠프 대변인은 8일 “박 전 위원장은 국민들에게 어떻게 호소할까를 고민하며 본인이 해야 할 일만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캠프에서도 상대방 후보들의 장단점을 따져볼 겨를이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캠프 핵심 관계자는 “이번 대선은 상대방이 누가 되든 ‘박근혜 대 박근혜의 싸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여론조사마다 1위를 달리는 상황에서 경쟁자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런 공식적인 기류에도 물밑에선 야권 후보들에 대한 탐색 작업이 한창이다. 핵심 관계자들 사이에선 “제일 어려운 상대를 묻는 질문에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라고 대답하기로 했다”는 말도 흘러나왔다. 이 말은 거꾸로 문 고문을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보다는 쉬운 상대로 여기고 있다는 뜻이다. 문 고문은 친노(親盧·친노무현) 꼬리표를 떼어내기 어려울 뿐 아니라 지난 4·11총선 당시 부산에서 부진했던 것처럼 표의 확장성에도 한계가 있다는 시각이 많다. 김두관 전 경남지사에 대해서는 “전국적으로도 통할지 좀 더 두고 보자”는 말들이 나온다고 한다.

안 원장을 바라보는 시선은 좀 더 복잡하다. 김종인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영향이 별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캠프 일각에선 이처럼 안 원장이 출마 선언을 하더라도 야권 단일화가 쉽지 않고, 콘텐츠 면에서 박 전 위원장이 우위에 있기 때문에 자신 있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그러면서도 언제 ‘안철수 안개’가 걷힐 것이냐에는 촉각을 곤두세우는 눈치다. 한 핵심 관계자는 “안 원장이 여론조사에서 야권 1위 자리를 내주고 2위로 굳어지기만 하면 의외로 본선이 쉬울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전 위원장의 유일한 대항마란 이미지가 깨지면 안 원장 지지자들 일부가 박 전 위원장 쪽으로도 흡수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안 원장이 출마하지 않고 다른 후보를 도와주는 응원단장 역할을 하더라도 1위 자리에 있을 때나 의미가 있지 2위로 내려앉은 상태에선 힘이 없다”고 말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