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협, 62개 증권사 등에 ‘공문’ 발송… 여수엑스포 티켓 강매 논란

입력 2012-07-08 21:59


여수세계박람회 관람객 급감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정부가 금융투자업계에 티켓을 사실상 강매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금융투자협회(금투협)는 지난달 말 62개 증권사 등 각 회원사에 티켓 구매를 강요하는 공문을 발송한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투자업계는 업황 부진으로 고통 받는 와중에 정부 압력으로 가욋돈까지 써야 하느냐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8일 국민일보가 단독 입수한 금투협 공문(사진)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금투협은 각 회원사 최고경영자(CEO)에게 “임직원과 가족의 여수세계박람회 방문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금투협은 ‘정부 뜻’에 따른 공문 발송이라는 입장도 밝혔다. ‘여수세계박람회 성공적 개최 전사적 지원 협조 요청’이라는 제목의 공문에서 금투협은 “정부에서도 금융기관 종사자들이 박람회장을 방문하는 것이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금융기관들의 적극적인 입장권 구매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금투협은 각 회원사로부터 몇 장씩을 구매할 것인지 보고까지 받고 있다. 금투협은 국무총리실 산하 여수세계박람회 조직위원회로부터 협조 의견을 전달받고 공문을 발송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감독당국인 금융위원회에서도 압력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투협 고위 관계자는 “‘각 기업이 임직원 수만큼은 구매를 해 줬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금투협 회원사들은 사실상 정부가 압력을 넣어 강매하는 것이나 다름없어 부담이라는 입장이다. A증권사 관계자는 “공문을 받은 뒤에도 수차례 ‘몇 장을 사겠느냐’는 연락을 받았다”며 “정부 눈 밖에 나지 않아야 해 서로 눈치 경쟁이 심하다”고 전했다. B증권사 관계자는 “어쩔 수 없이 일괄 구매한 티켓은 영업활동에나 활용키로 했다”고 털어놓았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금융투자업계 임직원의 수는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를 합쳐 4만9610명이다. 1인당 1장씩 구매한다면 15억4000만원(성인 단체보통권 1장 가격은 3만1000원) 정도를 지출해야 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공문을 보내면 정부가 강제했다는 논란이 일 것 같아 금투협에 구두로만 요청했다”면서도 “금융회사는 사회공헌에 힘써야 한다”고 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