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 굿바이 맨유!… 지난 시즌 17위 ‘꼴찌’ 모면한 QPR로 전격 이적

입력 2012-07-08 21:58


‘산소탱크’ 박지성(31)이 7년 동안 정들었던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를 떠나 하위팀 퀸스파크레인저스(QPR)에 새 둥지를 틀게 됐다. 박지성의 QPR 이적은 더 많은 경기를 뛸 수 있다는 ‘실리’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긴박했던 이적 막후=지난 5일(이하 한국시간) K리그 올스타전 때문에 한국에 온 박지성은 7일 오후 2시 인천공항에서 아시아나항공 런던행 직항기를 타고 영국으로 급히 출국했다. 당초 8일 출국할 예정이었다.

그만큼 박지성의 QPR 이적은 갑작스러운 것이었다. 박지성은 지난해 8월 맨유와 세 번째 재계약에 성공, 2013년 6월까지 맨유에서 뛰게 돼 있었다. 그런데 5일 QPR이 한국인 선수를 뽑기로 했다는 소식이 국내 팬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박지성 대신 기성용(셀틱)과 김보경(세레소 오사카) 등의 이름이 입단 명단에 오르내렸다. 하지만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과 BBC 인터넷판 등이 7일 새벽부터 일제히 “QPR이 맨유에서 박지성을 데려오기 위해 거액의 이적료를 제시해 계약이 임박했다”는 보도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골닷컴은 박지성의 이적료가 기본 250만 파운드(약 44억원)이며, 이후 QPR이 프리미어리그 잔류에 성공하면 추가 옵션 250만 파운드를 지급해 옵션까지 총 500만 파운드(약 88억원)라고 전했다. 더선은 이보다 더 나아가 3년 계약에 주급이 6만 파운드(약 1억600만원)라는 구체적인 조건까지 보도했다. 이적에 동의한 박지성은 메디컬테스트를 거쳐 9일 오후 11시 QPR 구단이 주최하는 기자회견에 참여하게 된다.

◇실리를 선택한 박지성=2005년 7월 맨유에 입단하면서 ‘한국인 1호 프리미어리거’로 한국 축구사에 이름을 남긴 박지성은 2011∼2012시즌까지 7시즌 동안 지치지 않는 체력을 앞세워 통산 205경기에 출전해 27골을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 시즌부터 출전 기회가 급격히 줄면서 뚜렷한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특히 박지성이 경쟁해야 하는 맨유의 미드필드진은 애슐리 영, 루이스 나니, 안토니오 발렌시아, 라이언 긱스 등 포화상태에 있다. 최근 일본 출신 가가와 신지까지 가세해 박지성의 입지는 더욱 줄어들게 됐다. 하지만 QPR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팀 사정상 박지성은 팀 내 최고 대우를 받고 맨유 때보다 더 많은 경기에 선발 출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박지성의 프로 통산 네 번째 팀이 될 QPR은 런던을 연고로 1882년 창단된 유서 깊은 구단이지만 프리미어리그 우승 경험은 전무하다. 줄곧 챔피언십(2부 리그)과 리그1(3부 리그)에서 머물던 QPR은 2010∼2011 시즌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해 프리미어리그로 복귀했고, 지난 시즌 17위에 그쳐 겨우 강등을 면하고 1부 리그에 남게 됐다. 현재 QPR을 이끄는 사령탑은 맨유에서 1980∼90년대 화려한 현역 생활을 펼친 공격수 출신의 마크 휴즈(49) 감독이다.

구단주는 순자산만 7억 달러(약 7900억원)인 말레이시아의 거부 토니 페르난데스(48)다. 주요 선수로는 프랑스 대표팀 출신의 공격수 지브릴 시세가 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