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이상득·정두언 알선수재 혐의 적용 왜 초강수 뒀나
입력 2012-07-08 22:12
검찰이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과 정두언 의원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를 적용한 배경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들이 받은 돈이 대선자금으로 사용됐다는 의혹이 있는데도 단순 개인비리로 국한시키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현역 의원인 정 의원 체포동의안을 국회에 떠넘기면 정치권이 ‘대선자금 수사’ 공세를 이어가기 힘들 것이란 판단이 작용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민주통합당은 “대선자금 의혹을 덮기 위한 은폐용 수사”라고 성토했다.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단장 최운식)은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이 2007년 대선 전 이 전 의원에게 3억원을 전달할 당시 정 의원이 함께 있었고, 정 의원 차에 돈을 실어 날랐다는 구체적인 증언과 목격자를 확보한 것으로 8일 알려졌다.
검찰은 3인 회동 당시 임 회장이 저축은행 얘기를 한 점을 들어 정치자금법 위반 대신 알선수재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정자법 위반 혐의는 2008년 이후 두 사람이 각자 챙긴 금액에 한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자법과 알선수재는 형량(1000만원 이하 벌금이나 5년 이하 징역)이 같다. 그러나 1억원 이상 알선수재의 경우 형량이 훨씬 무겁고, 구체적인 정황이나 증거가 없을 경우 혐의 적용이 어렵다.
그럼에도 검찰이 알선수재라는 강수를 둔 것은 대선자금 수사 여론이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임 회장이 대선을 코앞에 두고 돈을 건넨 만큼 정자법을 적용해 용처를 쫓다보면 대선자금 수사가 불가피할 것이란 부담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검찰이 정 의원 소환조사 하루 만에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임 회장이 건넨 돈이 흘러가는 과정에 이명박 대선캠프 유세단장이었던 권오을 전 의원이나 6인회 멤버인 김덕룡 전 의원 이름도 거론되고 있지만 검찰은 “아직 소환 조사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고 선을 그었다.
서울중앙지법은 전날 정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 요구서를 검찰에 보냈다. 검찰이 법무부를 거쳐 체포동의서를 국회에 제출하면 공은 사실상 검찰 손을 떠나게 된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방탄막’ 국회에 대한 비난여론을 의식해 일단 정 의원 체포동의안을 원칙적으로 처리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무작정 손을 들어주기가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대선자금 모금 핵심멤버였던 정 의원이 불만을 품고 입을 열면 파장이 만만치 않다는 부담 때문이다.
통합민주당은 이날 논평을 통해 “이미 당사자 스스로 대선자금으로 주고받았다는 진술이 나오는 마당에 검찰이 꼬리 자르기 수사로 본질을 피해가려 한다”고 비판했다.
한편 두 사람에 대한 영장이 청구되면서 민주통합당 박지원 원내대표 수사에 관심이 쏠린다. 검찰은 오문철 전 보해저축은행 회장이 횡령한 수백억원대 자금 가운데 일부가 대구의 한 카지노에서 세탁된 뒤 박 원내대표에게 전달된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검찰이 속전속결 의지를 보인 만큼 소환 시기는 이달 중순이 유력해 보인다. 그러나 검찰 관계자는 “아직까지 박 원내대표 소환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