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빙워크… 환한 조명… 여기 전통시장 맞아?
입력 2012-07-08 19:00
시설 현대화로 경쟁력 높인 군산 공설시장 르포
지난 5일 오후 찾은 전북 군산공설시장은 흔히 말하는 전통시장의 모습이 아니었다. 사람들은 시원한 에어컨 바람 속에서 바퀴가 달린 쇼핑카트를 끌고 무빙워크로 1, 2층을 오갔다. 60대 이상의 어르신들보다는 30∼40대 주부나 가족 단위의 손님이 많았다. 언뜻 보기엔 대형마트와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곳곳에서 가격을 흥정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과일가게에 들러 장을 보던 주부가 “에이, 하나 더 줘요” 하고 비닐봉지에 사과 한 개를 더 집어넣자 앞치마에 손을 닦던 주인아주머니는 “에라이 나쁜 사람아, 나는 뭐 먹고 살라고” 하면서도 웃었다. 대형마트엔 없는 약재상, 방앗간, 대장간도 보였다. ‘마트형 전통시장’인 것이다.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의 등장으로 설 자리를 잃은 전통시장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사람들이 전통시장에서 대형마트로 발걸음을 돌리는 이유를 분석해 개선하고 전통시장의 장점을 살려 소비자 잡기에 나선 것이다. 시장경영진흥원은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지역문화, 관광자원과 연계한 특성화시장을 육성하고 상인교육프로그램을 실시하면서 상권 활성화를 위한 마케팅을 지원하고 있다.
전북 군산시 신영동에 위치한 군산공설시장은 시설 현대화를 통해 ‘편리성’을 극대화시킨 국내 최초의 마트형 전통시장이다. 90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군산공설시장이었지만 대형마트가 인근에 들어선 후 매출이 뚝 떨어졌다. 전통시장 상권이 죽자 군산시는 2010년 국비 97억원, 시비 193억여원을 투자해 시설 현대화 사업을 시작했다. 3층 건물에 무빙워크와 엘리베이터, 냉난방 시설을 갖추고 약재상, 젓갈가게 등의 전통업종과 마트를 같이 입점시켰다. 젊은 주부들의 발길을 잡기 위해 에어로빅, 조리실습 등의 활동을 할 수 있는 문화센터와 어린이 놀이방도 마련했다.
지난 3월 영업을 재개한 시장에는 1·2층에 282개의 점포가, 3층에는 여성다목적실과 주차장이 들어서있다. 군산시 지역경제과 김용구 과장은 “옛날 시장의 향토적인 분위기는 덜해졌지만 매출은 배로 뛰었다”며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순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어머니와 함께 시장을 찾은 김하나(32·여)씨는 “예전에는 전통시장이 불편하다고 느껴 주로 대형마트를 이용했던 게 사실”이라며 “전통시장의 느낌은 다소 사라졌지만 싼 가격에 편리하게 쇼핑할 수 있어 요즘 자주 오게 된다”고 말했다. 25년 전부터 군산시장에서 약재상을 운영해 온 최영자(60·여) 사장은 “저렴한 임대료로 쾌적한 환경에서 장사할 수 있게 된 데다 매출도 40% 정도 올랐다”며 “마트형으로 바뀐 이후 전에는 오지 않던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찾아 공간에 활기가 돈다”고 말했다.
군산=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