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 맞춤형 지원] 후견인에 성직자·변호사 등 지정… 부모 대신 ‘권리’ 보호

입력 2012-07-08 18:53


주부 김민아(가명·45)씨의 17세 아들은 발달장애 1급이다. 아들이 태어난 뒤 17년간 김씨는 휴가는커녕 가족 결혼식에도 참석하기 어려웠다. 혼자서는 양치질도 못하는 아들 곁을 잠시도 떠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경제적 고통도 컸다. 정부로부터 받는 월 120만원 지원금으로는 생계가 어려웠지만 아들을 떼어놓고 직장에 나갈 수는 없었다. 무엇보다 자신이 죽고 난 뒤 간단한 돈 계산조차 못하는 아들이 어떻게 삶을 이어갈지 김씨는 걱정스러웠다.

김씨 사례는 발달장애인 가족이 겪는 흔한 고초다. 보호자의 삶은 실종되고, 가족 상당수가 생활고에 시달린다. 그나마 가족이 있으면 다행이다. 부모가 죽고 난 뒤 대다수 발달장애인들은 방치되거나 심지어 성폭력, 인신매매 같은 범죄의 희생양이 된다.

정부가 8일 발표한 ‘발달장애인 종합지원계획’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일상적 판단능력이 떨어지는 발달장애인들을 돕기 위해 내년 7월 1일 시행되는 ‘성년 후견인제도’이다. 성년 후견인은 금전관리, 치료, 거주지 결정 등 장애인이 일상에서 부딪치는 다양한 의사결정을 돕고 권리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부모를 대신하는 법률적, 사회적 지원자인 셈이다. 보건복지부는 성직자, 퇴직 교사, 사회복지사, 법무사, 변호사 등 가운데 성년 후견인을 지정한 뒤 활동비용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발달장애인 명의로 여러 개의 신용카드가 발급되거나 재산상의 변동이 있을 경우 즉시 후견인에게 통보돼 사기의 피해자가 될 가능성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후견인 역할의 범위와 후견 활동에 대한 감시 등은 추가 논의할 계획이다.

또 발달장애의 조기 발견 및 치료에 대한 지원도 대폭 확대된다. 발달장애는 완치는 힘들지만 조기에 발견해 치료할 경우 증상을 크게 완화시킬 수 있다. 하지만 1회 진단비가 40만원 안팎일 정도로 고가여서 조기발견 비율은 극도로 낮다. 정부는 신뢰할 수 있는 영·유아용 발달장애 진단도구를 개발해 장애인 가정의 진단비 부담을 덜고 조기발견을 유도할 계획이다.

전국가구평균소득(4인가구 기준 월 438만7000원) 이하에만 제공되는 발달재활서비스 바우처(월 16만∼22만원) 지원대상은 대폭 늘어난다. 전문가가 발달장애인을 돕는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 시간도 현행 월 최대 62시간(1일 2시간)에서 최대 103시간까지 늘리기로 했다. 또 전신마취 없이는 치과진료가 불가능한 발달장애인들을 위해 전신마취에 대해 건강보험을 적용키로 했다. 이외에도 정부는 부모 사후 소득 보전을 위해 부모가 가입하고 준비하는 연금 상품의 출시를 유도하기로 했다.

발달장애인을 범죄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대책도 마련됐다. 복지부는 경찰청 및 해양경찰청과 협력해 1년에 2차례씩 섬과 염전, 선박, 암자, 기도원 등을 수색하기로 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