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질 끄는 안철수, 도대체 ‘등판’ 언제하나

입력 2012-07-08 18:50


여야의 유력 대선 주자들이 속속 출사표를 던지며 표심잡기에 나선 상황에서 안철수(얼굴)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만이 ‘관망’ 상태로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안 원장의 대권 행보가 늦어지는 이유를 두고 아직 출마 준비가 안돼 시간을 벌려 한다는 해석과 대권 판도가 어느 정도 정리될 때까지 기다리는 포석이란 관측이 엇갈리고 있다.

안 원장의 가장 최근 활동은 지난 5일 서울대병원에 마련된 김홍선 안철수연구소 대표의 부친상 상가를 찾아 조문한 것과 7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발인식에 참석한 일이다. 8일에는 서울 용산 자택에 머물며 이달 중하순에 나오는 에세이집 원고를 최종 점검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 원장은 대선 출마에 대해 더 시간을 갖고 고민을 계속 해보겠다는 생각이라고 한다.

안 원장의 대변인격인 유민영 전 춘추관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대선 출마 여부는 엄중한 일이기 때문에 그만큼 고민이 길어질 수밖에 없지 않느냐”며 “때가 되면 결정이 이뤄질 텐데, 다른 사람들은 너무 늦거나 빠르다고 할지 몰라도 (안 원장은)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할 때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 원장의 출마 선언이 늦어지는 데 대해 ‘준비 부족’ 때문이라고 보는 시각이 없지 않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분석실장은 “안 원장이 출마하는 순간 정치적 공격과 압박이 엄청 거셀 것”이라며 “그만큼 준비를 철저히 해서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실장은 또 “앞으로 책 출판과 안철수재단 출범 등의 이벤트가 예정돼 있어 본인의 존재감을 계속 유지해 나갈 수 있기 때문에 출마를 서두르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안 원장이 현재 물밑에서 캠프를 한창 조직 중이라는 설도 있지만, 유 전 춘추관장은 “지인 몇몇이 이따금 만나 토론은 하지만 캠프설은 사실무근”이라고 말했다.

안 원장의 장고(長考)에는 대선 구도를 더 지켜보겠다는 의중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본인이 ‘상수(常數)’인 이상 아직 어디로 튈지 모를 야권의 대선 구도에 당장 뛰어들기보다 적어도 민주통합당 주자로 누가 뽑힐지 지켜본 뒤 움직여도 늦지 않다는 판단을 했으리란 관측이다.

또 민주당 후보가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맞서 얼마나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지도 안 원장에게는 출마 여부를 결심하는 데 중요한 포인트다.

만약 민주당 후보가 박 전 위원장에게 열세를 보일 경우 야권의 ‘구원투수’로서 그의 출마 명분은 더욱 강해질 수 있다.

하지만 출사표가 지나치게 늦어지면 ‘눈치만 본다’는 비판과 함께 ‘무임승차’ 논란까지 빚어질 수 있어 미룰 수만도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경선 주자인 김영환 의원은 지난 6일 “안 원장이 지금도 안개 낀 장충단공원을 걷고 있다”며 “대통령이 되려면 민주당에 입당하라”고 촉구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