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안주연] 신사의 품격, 40대의 욕망
입력 2012-07-08 19:51
요즘 불혹의 네 남자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 ‘신사의 품격’이 인기다. 장동건 김민종 김수로 이종혁 등 주연배우도 그 또래라서 몰입도가 높다. 드라마의 인기비결에 대해 혹자는 ‘피로해진 40대 남성의 판타지’라고 분석하는데, 또래 입장에서는 ‘알고 보면 이런 40대’를 잘 그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40대는 어떤 모습인가. 자상한 부모, 경쟁에 피로를 느끼고, 대출과 교육비에 허리가 휘는 중년. 자녀 반항에 모른척하거나 무턱대고 화내는 비겁한 어른. 모두 맞다. 그렇지만 우리는 이런 40대의 틀 안에 넣고 거기서만 보고 있지는 않은지.
내가 20대 때 30대의 친한 언니가 있었다. 그 언니는 매번 사랑 때문에 울고 웃었다. 30대에도 저렇게 사랑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30대는 어른이니 사랑도, 일도 똑부러질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30대라는 시간의 터널을 지나면서 내 속의 20대와 달라진 것이 없었다. 단지 학교에서 회사로, 사회로 배경이 바뀌고, 중간고사 기말고사 입사시험에서 매일 일로써 시험을 본다는 것이 달라졌을 뿐이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인정받고 싶고, 취미에 빠지고, 내 일이 천직일까 고민하는 등 머릿속은 20대 때와 같다. 아마 40대, 50대, 60대도 마찬가지리라.
나이는 삶을 구성하고 해석하는 기준이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나이에 맞게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해져 있다. 진학, 구직, 결혼, 출산 등을 적절한 나이에 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내 나이에 맞게 잘하고 있나?”라고 질문하며 나잇값을 따지게 된다.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나이가 들수록 남에게 인정받으려는 욕구, 지식에 대한 욕구, 사랑을 느끼고자 하는 욕구는 더 강해진다고 한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이런 욕구가 없거나 아니면 자유로워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우리에게 이런 욕구를 억제하게 할 뿐이라고 한다. 어찌 보면 나이 들수록 더 아이 같아진다는 것이다.
‘신사의 품격’에서 네 친구들이 자신의 일터에서는 열심히 하며 나잇값을 하지만 네 명이 모였을 때 여전히 아이같이 즐거운 것은 판타지가 아니라 그냥 사실이라고도 할 수 있다. 고교생 둘이 “스무살 넘으면 무슨 재미로 사냐”라면서 한숨을 쉬더라는 이야기를 전해들은 적이 있다. 그 고교생들에게 말하고 싶다. “서른 살이 넘어도 지금과 똑같이 재밌단다.”
안주연(웨스틴조선 호텔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