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美헌병의 한국인 ‘수갑체포’ 어이없다
입력 2012-07-08 19:48
영외순찰, 민간인과 마찰없도록
주한미군의 일탈 행동이 또 도마에 올랐다. 지난 5일 평택 미군기지 인근을 순찰하던 미 헌병대원 7명이 주차 문제로 시비를 벌인 우리나라 국민 3명에게 수갑을 채운 채 150여m 떨어진 부대 정문까지 연행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피해자와 목격자들 증언에 따르면 당시 정황은 대략 이렇다. 헌병들은 미군에 대한 테러 방지를 위해 주정차 금지구역으로 지정된 이곳에 승합차량이 주차돼 있는 것을 발견하곤 차주에게 차량을 옮기라고 요구했고, 차주는 이동주차를 했다. 그럼에도 갑자기 차주의 두 팔을 뒤로 꺾어 수갑을 채웠다. 그리고 항의하는 행인과 차주의 동생까지 제압한 뒤 수갑을 채워 부대로 끌고 가려 했다. 송탄파출소 소속 경찰관들이 출동해 수갑을 풀라고 했으나 헌병들은 이를 무시한 채 부대 정문 앞에서 실랑이를 벌이다 40여분 만에 풀어줬다.
헌병들은 6일 경찰의 출석 요구에 불응하다 7일 3명이 평택경찰서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이들은 경찰에서 차주가 이동주차 요구에 성실히 따르지 않았고, 시민들이 삿대질을 하고 자신들을 밀쳐 위협을 느꼈고, 이 경우 수갑을 채우라는 매뉴얼에 따라 정당하게 공무를 집행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피해자들 주장과는 다른 측면이 있어 정확한 경위는 경찰 조사가 끝나야 밝혀질 것 같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미군이 우리나라 민간인에게 수갑을 채워 부대로 강제 연행하려 한 것 자체가 대단히 잘못된 행위라는 점이다.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합동위원회의 우리 측 위원장인 이백순 외교통상부 북미국장이 합동위 미측 위원장인 잔 마크 조아스 주한미군 부사령관을 외교부 청사로 불러 항의한 것이나, 제임스 서먼 주한미군사령관이 어제 직접 사과하고 해당 헌병들의 임무를 정지시킨 데서도 사안의 민감성을 읽을 수 있다.
이런 일들이 하나둘씩 쌓이다 보면 반미감정이 확산되고, 궁극적으로 한·미동맹에 균열이 생길 소지가 있다. 우리나라나 미국 어느 쪽에도 도움이 안 된다는 얘기다. 일부 누리꾼들은 “미군이 한국인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 “엄연한 미군의 폭력”이라는 등 다소 격한 반응까지 보이고 있어 한·미 양국의 조속한 수습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미군은 재발 방지책을 빠른 시일 내에 마련해야 한다. 주한미군사령관에 이어 평택의 미7공군사령관이 사과했으나 관심사항인 주한미군의 영외순찰 권한에 대해서는 이렇다할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미군과 그 가족의 안전을 위해 모든 지역에서 순찰이 가능하지만, 영외 순찰 과정 전반에 걸쳐 SOFA 규정에 어긋나는 부분이 없는지 재검토하겠다는 수준이다. 우리나라 민간인에 대한 미군의 물리력 행사 파문을 잠재우기에는 미흡하다.
경찰은 해당 헌병들의 불법행위가 드러나면 법과 원칙대로 처리해야 한다. 그래야 유사한 사건이 다시 일어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나아가 국민들의 자존심을 회복하는 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