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리뷰] 장진 감독 20대 초기작품 ‘허탕’

입력 2012-07-08 18:03


연극 ‘허탕’은 각본·연출을 맡은 장진(41) 감독이 스물한 살 군복무 시절 작업했던 초기작이다. 당시 연극무대에 품었던 열정과 사회적 메시지를 함축적으로 표현한 부조리극이다. ‘서툰 사람들’ ‘택시 드리벌’ 등의 코믹극과는 궤를 달리한다. 대사 곳곳에 장진 특유의 유머감각은 살아 있지만 연극 전체적 분위기는 무거운 편이다. 특히 후반부로 갈수록 진지해지고 심약자가 놀랄만한 장면도 나온다.

배경은 감옥. 그런데 이 감옥 뭔가 수상하다. 철문은 굳게 닫혀있지만 죄수들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죄수들은 원하는 대로 CD를 골라 음악을 듣고, 와인과 커피를 마시고, 게임도 하고, 칼로리와 영양이 고려된 음식을 먹을 수 있다. 감옥 곳곳에 설치된 감시카메라로 ‘주문’만 하면 필요한 것을 얻을 수 있다. 다만 죄수들은 이곳이 어디인지, 자신들이 왜 이곳에 갇혀있는지, 언제 나갈지 모른 채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이곳에는 세 명의 죄수가 있다. 고참죄수, 신참죄수, 여자죄수. 이들은 다양한 인간 군상을 상징한다. 불편한 진실을 묵인한 채 주어진 현실에 안주하는 인간, 현실에 불만을 제기하며 이를 돌파하려는 인간, 현실에 놀라 담을 쌓고 아련한 추억 속에서 사는 인간이 그들이다.

‘허탕’은 장 감독에게 의미가 깊은 작품이다. 이 작품으로 대학로에 얼굴을 알린 배우들이 지금은 스타가 됐기 때문이다. 1995년 초연 당시 정재영 정은표, 99년 앙코르 공연 때는 정재영 신하균 임원희 정규수가 무대에 올랐다. 이번에는 김원해 이철민 김대령 이진호 이세은 송유현이 무대에서 탄탄한 연기를 보여준다. 360도 열린 무대도 인상적이다. 객석이 무대를 둘러싸고 있는 형태다.

장 감독은 “밝은 걸 원한다면 보고 나서 불편할 수도 있다. 결말에 대한 해석은 열려있다. 여백은 관객의 몫이다. 생각하고 싶은 대로 생각하라”고 말했다. 제목이 왜 ‘허탕’이냐는 질문에 대해 장 감독은 “그 당시 그런 제목에 꽂혀 있었다. 그 다음 작품 제목은 ‘들통’이었다”며 웃었다. 9월 2일까지 서울 동숭동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한승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