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푸틴, 혁명에 울렁증 시리아 불간섭 고수”
입력 2012-07-06 19:22
지난해 3월부터 1만5000명의 목숨을 앗아간 시리아 내전을 두고 서방 국가들이 해결 방안을 논의하는 가운데 러시아는 여전히 뒷짐을 지고 있다.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개인적 정치 인생이 ‘내정 불간섭 원칙’과 무관하지 않다고 뉴욕타임스는 지난 4일(현지시간) 분석했다.
푸틴 대통령은 동구권 사회주의 붕괴 과정을 목도하고 ‘국가 부재’가 어떤 절망을 안겨주는지 잘 아는 인물이다. 1989년 베를린장벽이 무너지던 날, 성난 군중은 독일 드레스덴의 구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 본부를 습격했다. KGB 요원이었던 그는 그날 이렇게 절망했다. ‘더 이상의 조국은 없다.’
민중이 이끄는 ‘거리 정치(street politics)’는 친서방적이라는 의심도 강하다. 3선 대통령인 푸틴의 재임 당시인 2003∼2005년, 구소련에서 분리·독립한 국가에서 일어난 혁명으로 소련 시절부터 권력을 유지해온 권위주의적 통치자들이 물러나고 민주적인 새 지도자들이 권력을 잡았다. 이 과정에서 미국이 몇몇 혁명을 지원했고 친서방적인 주장이 힘을 얻었다.
이런 푸틴 대통령의 정치 인생사는 ‘아랍의 봄’으로 이름 붙여진 중동의 혁명을 제대로 된 렌즈로 보지 못하게 막았다. 서방이 중동을, 더 넓게는 러시아를 침해하려는 의도의 일환으로 보게 한 것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군이 지난해 4월 리비아에 개입해 42년간 철권통치한 무아마르 카다피를 축출한 사건은 푸틴 대통령을 더욱 반외세, 반미로 기울게 했다. 당시 덴마크 코펜하겐을 방문한 그는 서방 국가의 개입이 민주주의를 향상시킨다는 시각을 비웃었다. “중동이 덴마크식 민주주의와 어울린다고 생각하시오? 전혀요. 중동 지도를 보십시오. 어딜 가든 군주체제죠. 그곳 사람들의 정서에 맞는 건 군주체제입니다.”
러시아는 이슬람주의의 확산으로 수니파(이슬람의 한 분파) 국가의 무장 혁명이 활성화되는 것이 두렵다. 러시아는 이란, 시리아 등 시아파 국가들과 동맹관계다. 러시아는 시리아에 유일한 해외 해군 기지를 두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시리아가 서방 개입과 혁명이라는 망령에 ‘노(No)’라고 대답할 기회를 러시아에 준다고 진단했다.
박유리 기자 nopim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