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피의 일요일’ 재조사 … 당시 발포 군인들에 범죄 혐의 적용 가능성 커 논란
입력 2012-07-06 19:15
영국 경찰이 1972년 북아일랜드 런던데리에서 일어난 ‘피의 일요일’ 사건 살인 혐의에 대해 조사키로 했다고 데일리메일 등 영국 언론들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건 발생 40년만이며,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마틴 맥기니스 아일랜드 공화국군(IRA) 전 사령관과 악수한 지 일주일 만에 나온 소식이다.
‘피의 일요일’은 1972년 1월 30일 영국 공수부대원들이 신교도 영국계 주민들과의 차별 대우에 항의하던 구교도 북아일랜드인 시위대를 향해 발포, 14명이 사망하고 13명이 부상을 입은 사건을 가리킨다. 당시 군대의 책임과 함께 시위 진압에 참여했던 군인들에게 범죄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 것인지가 주된 조사 대상이다. 사건 직후 영국은 ‘시위대가 먼저 공격해서 발포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는 IRA가 비무장시위보다 무장테러 쪽으로 투쟁 방침을 선회한 계기가 되기도 했다.
재조사는 2010년 영국 정부가 발간한 ‘새빌 보고서’를 토대로 이뤄질 예정이다. 이 보고서는 당시 군대가 무장하지 않은 시위대를 향해 경고 없이 발포했으며, 도움을 요청하거나 달아나는 사람들에게도 총을 쏘았다고 서술하고 있다. 보고서 발간 후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북아일랜드 주민들에게 공식 사과했다.
이를 두고 당시 작전에 참가했던 70∼80대 퇴역 군인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도 터져 나오고 있다. 이들은 경찰에 “우리는 정치적인 희생양이다” “이것(재조사)은 끔찍한 배신”이라고 항의하고 있다고 데일리메일이 전했다. 조사엔 최소 4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