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파 아기 500여명 납치’ 아르헨 독재자 징역 50년형
입력 2012-07-07 01:32
아르헨티나의 전 독재자 호르헤 라파엘 비델라(86)가 500여명의 아기 납치 혐의로 50년형을 선고받았다고 AP통신 등 외신들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르헨티나 군부정권에서 마지막으로 집권했던 레날도 비뇨네(84)에게는 15년형이 선고됐다. 아르헨티나 법원은 형을 선고하며 “더 긴 형을 선고해야 하지만 피고인들이 늙었기 때문에 50년형은 종신형과 같다”고 밝혔다.
1976년 군사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비델라 정권은 좌파의 게릴라전을 차단한다는 명목 아래 반대파를 무자비하게 숙청하는 이른바 ‘더러운 전쟁’을 일으켰다. 반체제 인사로 지목된 사람들 다수가 비밀리에 끌려가 살해됐고, 그들의 아기들은 ‘좌파로부터 지키기 위해’ 납치돼 강제 입양됐다. 정부 반대파로 지목된 사람들이나 그의 가족 중 임신한 여성은 비밀 수용소에 감금되었다가 아기를 낳은 후 빼앗겼고, 여성 자신은 목숨을 잃었다. 이 시기에 실종된 민주화 운동 관련자 및 반체제 인사는 3만여명에 이른다.
군부에 의해 철저히 은폐됐던 ‘더러운 전쟁’의 실상은 아르헨티나 내 인권단체들의 노력과 미국 외교관 엘리엇 아브람 등의 증언으로 서서히 드러났다. 강제 입양된 줄 모르고 군 장교의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이 조부모들과 DNA를 대조하는 방식으로 출생을 알아내는 사례도 속속 나타났다. 그러나 관련 기록이 대부분 유실돼 납치된 정확한 실상과 수치를 밝히는 건 불가능한 상태다.
아르헨티나에선 83년 군정이 종식됐으나 89년 제정된 사면법 때문에 쿠데타 세력을 처벌하지 못했다. 2005년 대법원이 사면법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인권을 유린한 범죄자들에 대한 처벌이 시작됐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