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회사, 사고 처리비 운전기사에 덤터기… 보험 수가 인상 우려 비용 전가

입력 2012-07-06 19:11

지난달 25일 오후 12시30분쯤 택시기사 이모(45)씨가 서울 삼양동에 위치한 B택시회사에서 분신자살을 시도했다. 온몸에 3도 화상을 입은 이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5일 뒤 숨졌다. 유족들에 따르면 단순 접촉사고를 낸 이씨는 회사로부터 교통사고 처리비용을 입금하라는 요구를 받아왔다. 처음 10만원을 요구하던 회사는 추가로 돈을 더 가져오라며 이씨를 압박했다. 화가 난 이씨는 분신한 당일 술에 취해 회사 관계자들과 말다툼을 한 뒤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억울해서 못 살겠다”는 말을 남기고 회장실에 올라가 분신했다.

택시회사가 교통사고 처리비용을 부담하지 않고 운전기사에게 떠넘기는 사례가 빈발해 택시기사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법적으로 택시회사가 처리비용을 부담해야 하는데도 보험수가가 올라간다는 이유로 이를 지키지 않고 있는 것이다.

현행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과 시행규칙 등에 따르면 택시회사는 택시 운영에 소요되는 비용을 모두 책임지는 ‘전액관리제’를 시행해야 한다. 사고처리 비용은 택시회사가 가입한 공제조합을 통해 보험처리하면 된다.

그러나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택시기사가 사고처리 비용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택시기사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대부분의 택시회사들은 사고처리 비용이 늘어나면 보험수가가 올라가기 때문에 택시기사에게 직접 사고처리를 하도록 유도한다. 택시기사도 무사고 기간 3년이 유지돼야 개인택시사업자 자격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회사의 요구에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택시회사가 전액관리제를 어겨도 적발이 쉽지 않고, 단속돼도 처벌은 벌금 500만원에 그쳐 강제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전액관리제를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추가로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서울시는 전액관리제 적극 이행 등의 조항을 담은 ‘서울시 택시기본조례’를 제정해 지난 2월 의회에 회부했지만 현재까지 계류 중이다.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 관계자는 “서울지역에만 해도 사고처리비를 둘러싼 택시회사와의 갈등을 토로하는 기사들의 전화가 한 달에 20통 넘게 걸려온다”며 “사고처리 비용 때문에 택시기사들이 극한 상황에 내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 하루빨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