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금융위, 가계부채 해법 놓고 기싸움
입력 2012-07-06 22:20
가계부채 문제 해결의 쌍두마차인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두 수장이 방법론을 둘러싸고 정반대 해법을 제시하는 등 날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금융당국 수장끼리 삐걱대는 모습이 시장과 소비자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권혁세 금감원장은 6일 서울 63빌딩에서 열린 금융정보보호세미나를 마친 뒤 기자들에게 “프리워크아웃(사전 채무조정)을 도입하면 은행권의 건전성이 더욱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1개월 미만의 단기 연체가 반복되는 대출자에게 은행이 대출금리를 낮춰주고 만기를 늘려주는 프리워크아웃은 권 원장이 지난달 중순 처음 꺼내든 가계부채 대책이다.
권 원장은 이어 “이 제도는 국민은행 등이 지금도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시행을 확대하는 데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고 못 박았다. 프리워크아웃이 빚을 안 갚아도 된다는 식의 도덕적 해이를 부르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한 답이었다. 하지만 이 발언은 사실상 김석동 금융위원장의 최근 비난을 겨냥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앞서 3일 언론 인터뷰에서 신용회복위의 프리워크아웃, 서민금융종합지원센터 등 기존 서민금융제도를 거론하며 “정부가 마련한 제도의 잉크도 마르지 않은 만큼 기존 제도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지어 “프리워크아웃은 당국이 강요할 일이 아니다. 재정에서 직접 채무자의 빚을 갚아주거나 하는 일은 결코 있을 수 없다”며 노골적으로 권 원장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권 원장이 관할 부처인 금융위와 협의를 하지 않은 채 독주하자 못마땅하다는 기색이다.
권 원장은 지난달 14일 서민금융 관련 토론회에서 “다중채무자 등 악성 가계부채의 구조조정을 전담할 기구를 설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어 22일에는 시중은행 임원들을 불러 “은행권이 프리워크아웃을 적극 추진해 달라”고 주문했다. 같은 날 군 경리장교 금융교육강사 양성 수료식에서는 “저신용층이 저금리로 대출할 수 있도록 정부가 재정에서 보전해줄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지난 5일 “가계부채 관리는 가능한 수준이며, 억제 대책을 이미 다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금융위는 지난달 말부터 공개적으로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고승범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지난달 28일 정례브리핑에서 “(프리워크아웃을 위한) 별도 기구 설치는 가계부채 동향을 지켜보며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검토하겠다’보다는 ‘신중히’에 방점을 찍었다.
금융위의 한 고위관계자는 “금감원은 우리랑 싸울 상대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위가 지나치게 간섭하려고 한다”며 불만을 털어놨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